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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대학총장 차단만으론 ‘교피아 척결’ 한계

신하영 기자I 2014.05.29 07:20:42

고위 공무원 퇴직 후 취업금지 기관에 사립대 포함 추진
총장·부총장 등 대학의 주요보직까지 재취업 금지될 듯
“국책사업 따오는 조건으로 임용···교수 취업도 차단해야”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대학 총장 재취업 후 정부 재정지원액 변동 현황(자료: 유기홍 의원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 대상에 사립대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교육부 관료 출신이 사립대 총장으로 옮기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립대 총장뿐만 아니라 대학의 평교수로 재취업하는 관행도 끊어야 ‘교피아’(교육 관료+마피아) 척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관계 차관회의를 열어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퇴직 공무원 취업 제한 기관에 사립대를 포함하기로 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민관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대통령 대국민 담화의 후속 대책으로 관련 부처가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교육부의 경우 사립대가 재취업 제한 대상 기관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월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2년간 사립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법률로 제한한 게 아닌데다 현직이 아닌 퇴직 공무원에게는 행동강령이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정부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시점부터 2년간 취업할 수 없는 기관에 사립대를 포함하는 방안이다. 기존에는 사기업체·법무법인·회계법인·세무법인 등이 재취업 제한 기관에 해당됐다.

◇대학 ‘교피아 총장’ 선호는 돈 때문?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 차관을 지낸 고위 공무원 14명 중 10명이 퇴직 후 사립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을 총장으로 영입하기를 원하는 이유로 ‘국고 지원사업’을 꼽는다.

실제로 2012년 6월 교육부 차관 출신인 설동근 총장을 영입한 동명대는 2011년 33억원에 불과했던 정부 재정지원액이 2012년 121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비슷한 시기 교육부 감사관 출신인 김은섭 총장을 영입한 대경대도 2011년 15억원이던 교육부 재정지원액이 2012년 52억원으로 늘어났다. 위덕대도 서남수 현 교육부 장관이 총장으로 취임한 2012년의 국고 지원액(26억원)이 전년(14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경남지역 사립대 A교수는 “대학들이 교육부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며 “아예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오면서 정부 지원사업을 끌어오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총장 등 주요 보직자 차단만으론 부족

정부는 총장뿐 아니라 부총장과 기획처장 등 대학의 주요 보직자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업 제한 범위로 총장을 포함해 대학의 주요 보직자까지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어느 직급까지 취업을 제한할지는 하위법령에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직 교수뿐 아니라 대학의 평교수로 재취업하는 관행도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도권 사립대 B교수는 “교육부 출신들이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교육부와 연결고리를 통해 재정 지원사업을 따내거나 정책 연구를 꾸준히 수주하면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며 “총장 등 보직교수로의 재취업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가 대학 교수로 임용될 때의 공정성 시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B교수는 “교수 채용 전 교육부 출신을 내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무원 재직 중 해당 대학의 편의를 봐주고 퇴직 뒤 재취업하는 사례도 많아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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