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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톡피아]존리 "가치분석 안되는 비트코인, 투자자산 가능한가"

김윤지 기자I 2021.06.09 05:30:00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금융문맹 탈출 희망 봤지만 갈길 멀어”
매크로 보단 우수한 종목 발굴 집중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시장은 겸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투자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해요. 가격을 맞추는 게 주식 투자가 아닙니다. 그 시간에 개별 종목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게 더 낫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가치를 알 수 없으니 자산으로 자리매김할지 의문입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유튜브 채널인 ‘주톡피아’와 인터뷰에서 ‘동학개미’(개인 투자자)들에게 이처럼 일침했다. 1990년대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크락(Scudder Stevens & Clark)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그는 2018년부터 ‘경제독립’이란 문구가 적힌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금융 교육을 하고 있다. 투자에 무관심한 이들에게 “차와 집에 집착하지 말고, 커피 사 먹을 돈으로 주식을 사라”고 외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가 늘 강조하는 ‘장기 투자’를 대한민국 금융 교육에 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개인 투자자가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해 일본과 같은 ‘금융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매매회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장의 변동성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그가 강조하는 투자의 원칙은 명확했다. 장기적인 금융 계획을 짜고, 목표를 정한 다음 자신의 투자 철학에 따라 지배구조부터 재무제표까지 꼼꼼하게 따진 다음 매수하고, 되도록 오래 쥐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면 주가 조정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내재가치를 분석할 수 없는 만큼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존 리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 금융문맹률 95%라고 했는데 조금 개선이 됐을까.

-글쎄. 숫자로 표현하기는 좀 힘들다.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이 긍정적이 됐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아직도 너무 단기적으로 투자하고 빨리 부자가 되고싶어 하고 자꾸 사고 파는 것을 투자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깝긴 하다. 인식은 개선이 됐지만 방법론에서 조금 갈 길이 멀다.

△예전에는 지수가 떨어지면 개인들이 놀라서 팔고 지수가 오르면 사다가 투자에 실패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매일 사고파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매매회전율이 높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격을 예측하는 건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싶은 회사가 어디인지를 보고 이 회사 펀더멘털이 좋아서 사는 게 투자인데, 가격을 맞추려고 하는 거는 변동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한두 번은 맞을 수 있지만 절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잃는 투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카지노에 가서 돈을 못 버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것만은 경계하라 할만한 투자 패턴이 또 있을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다. 회사의 펀더멘털을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차트만 본다든가 누구 얘기만 듣고 산다거나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빨리 벌고 싶은 욕심에 투자철학을 잊어버리게 되면 장기간 투자할 수가 없다. 지치게 된다.

△현장에서 투자자들을 많이 만날텐데 희망적인 변화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

-젊은 사람들의 주식투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 10살, 12살 아이들이 “투자 시작했어요”라고 이메일을 보낸다. 투자를 시작한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길거리 가는데 중학생들이 알아보고 “주식투자 시작했어요” “사 먹고 싶은 거 안 사 먹고 투자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기특하다.

△강연에서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는 개인투자자도 있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자기가 이 회사는 이런 이유로 샀는데 다른 걸 또 봐야하는 지 묻는 경우도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얘기도 하고,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이나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말하기도 한다.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도 알지만 대만 TSMC도 이야기한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공개(IPO) 광풍이 불었는데 ‘따상’을 노린 공모주 투자열풍 어떻게 보나.

-공모주 투자로는 돈을 못 번다. 어차피 배정받는 주식수가 너무 적어서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런 것보다 연금저축펀드부터 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주식을 할때 몇천개 되는 종목 중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세금 혜택이 있는 것, 세금을 돌려주는 연금저축펀드를 추천하는데 너무 좋은 금융상품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15%의 복리효과가 있는 것과 똑같다.

△복리효과를 이론으로는 알지만 쉽게 손이 안간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복리효과라는건 엄청나다. 처음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안했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계좌 401K 때문에 백만장자 숫자가 몇천명씩 생긴다. 처음에 그냥 무의식적으로 기계적으로 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가발전하게 된다. 스노우볼 효과다.

내재가치 판단 안되는 비트코인…“모르면 투자 안한다”

△요즘 젊은 투자자들이 많이 하는 게 비트코인인데, 비트코인에 대해 좀 어떻게 보나.


-비트코인을 아직도 이해 못하고 있다. 투자자산이 맞는 건지, 화폐수단인건지. 자산가치가 있느냐를 봐야하는데 내재가치(intrinsic value)라고 한다. 주식은 회사의 지분이니까 내재가치가 있다. 회사는 땅도 있고 공장도 있고 물건도 만들고 여러가지 가치가 있다. 그런데 코인은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좋다 나쁘다 얘기할 수가 없으니 누구한테 사라 말라 할 수도 없다. 내가 모르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다. 주식은 이 회사 가치가 어떻게 되겠다 분석이 가능하다. 시가총액이 10조원대인데 10년 후에는 50조 되겠구나 나름대로 판단이 가능한데 코인은 사는 사람이 많은 올라가고 파는 사람이 많으면 떨어진다. 그런 자산에 내 재산을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가격이 수급으로만 결정되는데 가치를 평가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말인가.

-앞으로도 잘 모르겠다. 자산으로 자리매김을 할지 그런 부분에 의문을 갖고 있다. 미국에선 비트코인 ETF도 나오고 하는데 그런 걸 보면 “내가 모르는 것도 있나” 싶기도 하다. 일하는 돈이라고 보기엔 좀 애매하기에 금이나 달러에도 투자를 잘 안 한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이 거론되는데 일반투자자에게 필요할까.

-별로 필요없다고 본다. 주식이 100억 정도 있다면 변동성을 막기 위해 금에 투자하는 건 좋은데,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20~30대라면 일하는 돈에 투자하는게 낫다.

△고액자산가라면 분산투자로 의미가 있지만 일반투자자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분산투자가 아니라 원금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에 100억을 투자했는데 위기가 왔을 때 85억이 되거나 75억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자율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데 20~30대라면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꾸준히 사야 한다.

회사를 보고 주식 샀다면 주가 하락은 추가 매수 기회

△인플레 압력, 테이퍼링 이런 논쟁 뜨거운데 투자자 입장에서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매크로 요인 때문에 액션을 취하기 전에 시장은 이미 반영하고 있다. 이마 다 반영이 돼 있다고 봐야 한다. 투자철학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내가 만약에 20대라면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다. 은퇴까지 30년, 40년 남았는데 왜 미리 걱정을 하나. 제일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주식 50만원에 샀는데 10% 올라서 5만원 벌었다고 좋아하는 것이다. 5만원으로 노후대비 절대 안 된다. 좀 길게 보고 노후준비를 한다. 내가 60세가 됐을 때 적어도 10억원은 있어야겠다, 20억은 있어야겠다라면 거기에 맞춰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 목표 없이 단순히 돈 벌기 위한 것으로 주식투자를 생각하면 100% 실패한다. 그러니까 돈을 벌면 빨리 도망가고 싶고 또 손해 보면 손절매 하고 싶고 잠도 못 자고 매일 핸드폰 보고 하는데 그거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판에 들어간 것이다. 투자는 도박이 아니라 꾸준하게 모으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리밸런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없다. 좋은 주식이 돈을 잘 벌고 있으면 계속 사는 거다. 아무리 매크로가 나빠도 내가 갖고 있는 회사가 돈 잘 벌면 팔 필요가 없다. 시장이 안 좋으면 갖고 있는 주식 가격도 떨어질 수 있는데 망할 염려가 없으니 대신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돈은 내가 투자한 회사들이 벌어 주는 거지 내가 버는 게 아니다.

△주식을 무조건 갖고 있을게 아니라 기업 환경이 달라지면 교체해야하지 않나.

-환경이 어제와 오늘 달라지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달라지게 돼 있고 그건 충분히 캐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지배구조가 좀 나빠졌다든가 아니면 뭐 더 좋은 회사가 나타났다거나 그 회사가 경쟁력을 잃을 것 같다든가 그런 것 때문에 단기투자해야하지 않냐 물어보는 건데, 그건 잘못 해석을 한 것이다. 충분히 시간이 있다.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데 나름의 마인드 컨트롤 법이 있는지.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주가가 빠지면 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걱정되거나 왜 빠지지 이런 생각은 잘 안 든다. 회사를 안 봐서 그런 것이다. 회사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사람들은 주식을 살 때 대부분 올라갈 것 같으니까 산다. 그러면 실망한다. 그런데 내가 그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샀다면 실망은 안 한다.

△투자할 돈이 없다면 퇴직연금 부터 시작하라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보면 DC형, DB형을 구분 못하는 이들도 많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노후준비할 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퇴직연금이다. 내 퇴직연금에서 주식비중이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한국이 꼴찌다. 대부분이 퇴직연금마저 잘못되면 어떻게 하냐, 유일한 게 퇴직연금인데라고 하는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72룰이라는 게 있는데 내 돈이 두 배가 되는데 몇 년이 걸리나 계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이 있는데 매년 6%씩 번다 그랬을 때 두 배가 되는 속도를 계산하려면 72를 6으로 나누면 12가 되니까 1억이 2억 되는데 12년 걸린다는 의미다. 그런데 퇴직연금을 원금보장형에 넣어서 수익률이 연 2%라고 치면 2%와 6% 차이가 4%포인트니 커 보이지 않지만 두 배가 되는데 몇 년이 걸릴까. 72를 2로 나누면 36년 걸린다. 그래서 퇴직연금은 주식비중이 높아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 40% 정도인데 한국은 주식비중이 2%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익률이 좋을 수가 없다. 돈이 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주톡피아> ‘동학개미의 가장 큰 착각은’ 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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