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대출금리 내리라고 압박하는 여당, 시대착오 아닌가

논설 위원I 2021.04.23 06:00:00
더불어민주당에 “대출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제 열린 ‘상생과 통일포럼’ 금융토론회에서 노웅래 의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인데 은행 대출금리는 3~4% 수준”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1%포인트 정도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후덕 의원도 “은행 창구에서 정부 방침 때문에 대출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민주당을 심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한국은행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발언은 민주당의 4·7 재보선 패배 이유가 은행 책임인 것처럼 들린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그마저도 대출을 해주지 않아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집값 폭등의 탓이 크다. 실패한 정책을 바로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은행책임론을 들먹이는 행태가 한심하다. 애먼 은행에다 선거 패배의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금융과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시대착오적이다. 한은 독립과 금융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과도 같다. 정치권에서 자꾸 압력을 가하면 왜곡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경제를 주도하던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부나 정치권이 금리와 대출 결정에 개입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커지고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된 지금은 다르다. 금융을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금리를 득표 수단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금리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도우려는 노력에는 공감이 간다. 은행들은 이미 이들에 대한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원리금을 감면하라거나 대출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민주당은 현재 이런 내용의 법안들을 다수 발의해놓고 있다. 이는 도를 넘은 것이다. 경영활동의 핵심 영역까지 정치권이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은행은 민간 주주들이 소유한 사기업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