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정부 “아프면 집에서 3~4일 쉬어라”…현장선 “딴 세상 얘기”

장구슬 기자I 2020.05.06 00:05:00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아프면 집에서 쉬기’…정부 발표 개인방역 지침 실효성 논란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오늘(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가 시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생활방역 세부지침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 개인방역 5대 기본 수칙 포스터 (사진=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난 4일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 개인방역 5대 기본 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집에서 머물기 △사람들과 두 팔 간격 거리두기 △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에 △매주 2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으로 정하고 상황별 31개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수칙이 포함돼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1대 수칙인 ‘아프면 집에서 머물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직장인들이나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아프면 쉴 수 있는 공무원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 종사자들과 사회적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아프면 집에 머물라는 정부…못 쉬는 직장인들 ‘한숨’

직원 수 2000명이 넘는 국내 대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A(31)씨는 “공공부문 종사자만 지킬 수 있는 방침 아니냐. 눈칫밥 먹는 일반 직장인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회사 분위기가 굉장히 수직적이다. 몸이 안 좋아 휴가를 쓰려 해도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휴가가 거부된 적도 여러 번”이라며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친구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실제 국민들은 생활방역 5대 기본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의 실천이 가장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생활 속 거리두기에 대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 실시 결과에 따르면 사회 구조적 실천이 어려운 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를 꼽은 비율이 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람들과 충분한 간격 두기 30.6%,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6%, 매일 환기, 주기적 소독 5.3%,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에 하기는 4.1%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12∼26일 보건복지부 페이스북을 통해 시행됐고, 총 8447명이 참여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당장 기업들 동참 이끌어 내기엔 한계…정부, 자발적 동참 요청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당장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우선 공공분야에서부터 이 원칙을 시범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면 쉰다는 생활방역 원칙에 대해 “해당 권고안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일자리에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기는 어려우므로 단기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보충하고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상의 중”이라며 “공공분야에서 가능한 분야가 있는지도 보고 시범적으로 먼저 시작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병수당 도입을 검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 도입이 만만치 않다. 상병수당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업무상 질병 외에 일반적인 질병과 부상으로 치료받는 동안에 상실되는 소득이나 임금을 현금 수당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전해주는 급여를 말한다.

이기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지원반장은 이날 “상병수당을 도입하려면 작게는 8000억 원, 크게는 1조7000억의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게 먼저라고 밝혀 상병수당 도입 추진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오늘부터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될 때까지 관련 논란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