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 대한 서양의 차별과 혐오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서양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인 내부에서도 차별과 혐오는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선족을 비롯한 이민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에는 집단 감염이 일어난 대구에 대한 차별적 발언도 심각했다.
‘차이, 차별, 처벌’에서 저자는 ‘우리’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에서 차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우리’는 사전적 의미로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과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저자는 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경계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로 정의한다. 차별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우리’에 대해 정확히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해외 판례, 연구 및 실험 결과 등을 통해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차별이 처벌로 이어지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한국에서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감시 효과와 소수자를 위한 다양한 기회 제공, 차별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교육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찬성의 뜻을 밝힌다. “우리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그렇기에 차별 없는 ‘우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공감’이라는 미명 아래 나와 유사한 집단만을 옹호하며 타인을 향해 편향된 시선을 던지는 모순된 현실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혐오라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남을 배척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혐오에 대한 다양한 시선 속에 담긴 공통된 메시지는 ‘차이, 차별, 처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참혹한 혐오의 역사를 만든 것이 우리 인류였다면, 끊임없이 성찰하고 극복해가는 것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