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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승부수..이석희號 '반도체 보릿고개' 넘는다

양희동 기자I 2019.03.20 05:00:00

올해 메모리 시장 악화 속 낸드 경쟁력 강화 추진
30년 '백전노장' 오종훈 부사장 22일 사내이사 선임
D램 분야 최고 전문가로 기존 주력 사업 대응 예상

SK하이닉스의 신임 CEO인 이석희 사장(왼쪽)과 오종훈 GSM담당 부사장. 오 부사장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급격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직면한 SK하이닉스(000660)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D램 분야 최고 전문가인 오종훈 GSM(글로벌 세일즈&마케팅)담당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해 새 이사회를 꾸린다. 박성욱 부회장과 이석희 사장 등 기존 2명인 사내이사를 오 부사장을 포함해 모두 3명으로 늘려 급변하는 메모리 시장 변화에 대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임 CEO(최고경영자)인 이석희 사장은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좀더 힘을 쏟고, 30년 간의 풍부한 사업 경험을 갖춘 오 부사장은 주력 사업인 D램을 중심으로 현 시장 대응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3D낸드 전용 청주 M15공장…72·96단 최첨단 제품 양산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세서스는 매출 6조 8036억원, 영업이익 2조 86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1.9%, 52.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부 증권사는 1월과 2월 연속으로 D램 값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을 1조 2000억~1조 3000억원 수준으로 낮춰잡고 있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 4301억원)의 ‘3분 1’에 불과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급격한 실적 악화는 지난해 10월 이후 고정거래가격이 40% 가까이 급락한 D램의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D램 치중 현상으로 인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D램에 치중된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3D낸드 전용 생산시설인 청주 M15공장을 지난해 10월 완공하고 그해 연말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현재 M15공장에선 4세대 72단 3D낸드를 양산하고 5세대 96단 4D낸드 양산도 준비하는 등 고사양·고용량의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SSD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SSD 점유율(IHS마킷 자료)은 2018년 1분기 3.8%에서 3분기 6.4%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고 M15공장 가동으로 올해는 10%대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D램 점유율(29.1%)의 절반에 못 미치는 낸드플래시 점유율(11.3%)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용인시 원삼면 일대 약 448만㎡(약 135만평) 부지에 2022년 이후 약 120조원이 투자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추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까지 대비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사내 최고전문가 이사회 등판

하지만 ‘반도체 굴기(堀起)’를 앞세운 중국이 올해와 내년 300㎜ 웨이퍼 팹(반도체 생산라인)의 신규 가동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공급과잉 우려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 공급 과잉 위험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15% 수준의 감산을 시작했고 일본 도시바도 소폭 감산을 예정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낸드플래시는 하반기 수요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경쟁사에 타격을 주려는 과거의 치킨게임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급변하는 메모리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미래를 위한 시설 투자와는 별개로 현 시점의 철저한 시장 분석과 제품 기획, 마케팅, 판매 등에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업계에선 마케팅·영업 조직을 총괄하는 오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중용된 것은 현재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 부사장은 1980년대부터 회로 설계, 마케팅, 상품 기획 등 메모리 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또 SK하이닉스에선 처음으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 이사회에서 활동해 국제 감각도 갖춘 인물이다. 개인 직접 보유한 반도체 관련 특허만 수 십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 부사장은 오랜 세월 메모리 사업의 전 분야를 고르게 경험한 백전노장이라 그 경험이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된 배경으로 본다”며 “향후 이사회에서 이석희 사장 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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