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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 108.이발소·신발수선집…공통점은?

한정선 기자I 2018.12.11 06:00:00
영국 소매업계 부진에도 이발소는 폐점보다 신규 오픈 매장이 349개 더 많은 등 선전하고 있다(출처=가디언, LDC)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이발소, 신발수선집, 미용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영국 소매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업종들 입니다.

유럽과의 결별 협상으로 올해 뒤숭숭 했던 영국 경제에서 도드라진 부분이 식음료, 의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부진입니다. 소비자들이 실질 임금 상승이 더디면서 주머니를 쉽게 열지 않는데다 물건을 살 때는 오프라인 상점을 이용하기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이용하면서 오프라인 매장들이 매출 타격을 입었죠.

또한 주목할 만한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소비 행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돈을 쇼핑 등 물건을 사는데 쓰기보다는 아꼈다가 휴가 등 무엇을 경험하는데 쓰는 경우가 늘어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출 감소와 관리 및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소매업체 매출 등을 조사하는 BDO 하이스트릿 세일트랙커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오프라인 상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해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로컬 데이터 컴퍼니’(LDC)에 따르면 올 1~6월 영국에서 폐점한 상점, 펍, 식당 등은 2만4205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문을 새로 연 상점, 식당, 펍은 총 1만9803개로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죠.

즉 문을 새로 연 곳 보다 폐점한 곳이 4402개 더 많다는 것이죠. 신규 업체와 폐점 업체 수의 차이가 이 정도로 크게 벌어진 것은 LDC가 집계를 시작한 5년 동안 처음입니다.

펍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올 들어 6월까지 6.5% 정도 그 수가 감소했습니다. 사람들이 돈 절약 등의 이유로 펍에서 술을 마시기 보다 슈퍼마켓 등지에서 저렴하게 술을 사 집에서 소비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술을 적게 마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펍에서 돈을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펍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밖에 전자제품을 파는 상점, 의류 등 패션부문 상점, 부동산 에이전시 등의 폐점이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상점이 문을 닫으면 거기서 일하던 직원들이 일자리도 잃게 됩니다. 실제 주요 유통체인인 ‘하우스 오브프레이저’, ‘에반스 사이클스’, ‘마플린’, ‘파운드 월드’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위기에 놓였습니다. 또한 ‘뉴 룩’,‘카펫라이트’, ‘마더케어’, ‘홈베이스’ 등의 소매업체 체인도 매출 악화 등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폐점 등을 결정했습니다.

영국 유명 레스토랑 체인인 ‘고메 버거 키친’, ‘바이런’, ‘제이미’s 이탈리언‘, ’프레쪼‘ 등도 찾는 손님이 적어 매출이 주는 가운데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매장 수를 줄일 수 밖에 없었죠.

컨설팅업체 PwC의 리사 후커는 “상점 폐점이 늘고 있는 것은 점점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위를 집에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시내 소매업체들도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톰 아이런사이드 영국소매컨소시엄의 디렉터는 “상점 운영비용 증가와 수입 물가 상승에 소매업체 수익이 악화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실질임금 상승이 더디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에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폐점 압력을 받는 소매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소매업계가 부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발소나 미용실, 신발 수선집 등 온라인이 대체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폐점하는 곳보다 새로 문을 여는 곳이 많았습니다. 올해 6월까지 이발소는 폐점한 곳보다 문을 연 곳이 349개 많았고, 미용실은 160개, 신 발수선집은 122개, 헬스클럽은 50개, 커피숍(체인 아닌)은 52개 많았습니다.

한편 내년 영국 경제도 그다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영국은 2019년 경제성장률(GDP)은 1.2%로 이탈리아와 수준이 비슷해 지면서 유럽 국가 내 하위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영국의 올해 GDP는 1.3%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가장 성장률이 낮았습니다. 직전 2017년에는 1.7%였고요.

이 같은 전망은 영국이 유럽연합과 ‘소프트 브렉시트’ 즉, 결별 협상에서 유럽연합과 상호 우호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하고 미래 협력관계를 구축했을 때를 가정한 결과입니다. ‘소프트 브렉시트’의 경우도 유럽 내 하위권 성장률이 예상되는데, 만약 EU와의 협상이 결렬되고 아무런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EU를 나오는 ‘하드 브렉시트’ 경우 영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욱 나쁠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 소비자지출 부분이 지속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이 무역 등에서 어떤 관계를 맺을지 몰라 기업들도 투자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징업체 슈뢰더의 아자드 장가나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우려가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연기하도록 만드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연기가 취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장 폐쇄, 인력 감축을 단행하거나 생산라인을 영국이 아닌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U 집행위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 뿐 만이 아니라 2020년에도 1.2%에 그쳐 유럽에서 가장 성장이 더딘 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협상의 결과에 따라 영국 경제가 내년과 2020년, 2%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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