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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에서 왕따 당하는 우리 원전기술

논설 위원I 2018.12.04 06:00:00
우리 원전 기술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원전건설 사업에서 배제되는 듯한 조짐이다. “사우디가 미국 기술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한다”는 그제 외신 보도가 그것이다. 사우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2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1400MW급 원전 2기 건설사업이 미국 회사 측에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7월 이 사업에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던 우리 입장에서는 맥 빠지는 소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해외원전 분야에서 우리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한국형 원전을 받아들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조차 유지·보수 업무의 일부가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넘겨지기로 결정된 뒤끝이다. 해외원전 무대에서 우리 텃밭으로 간주되던 UAE에서도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60년간 54조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을 낼 것이라는 기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국전력과 수력원자력 등 원전수출 관련사들이 당황해할 만하다. 지난 8월에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도 탈락했다.

이처럼 해외원전 분야에서 난관에 부딪친 가장 큰 이유가 국내에서의 탈원전 정책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외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우리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 하나만을 내세워서는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원전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원전 정책을 밀고나가면서 외국에 나가서는 원전 기술을 자랑한다는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정부가 원전 가동을 억제하면서 풍력·태양광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에너지 효율과 추진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급격한 탈원전 정책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해외에서 자꾸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 원전기술의 입지를 되살리는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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