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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귀신들 이야기, 대학로 사로잡은 비결은

장병호 기자I 2021.03.09 06:00:00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인기 열풍
'창작산실'이 찾아낸 '올해의 발견'
배우들의 에너지로 매력 더한 코미디
표상아 작가 "현장의 유쾌함 즐기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성불하고 싶은 귀신들의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소동극이 대학로를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관객 입소문을 타고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의 한 장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신예 표상아 작가, 김보영 작곡가의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초연에 올랐다. 개막 이후 유쾌한 웃음과 탄탄한 스토리, 다채로운 음악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으로 관객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창작산실’이 발굴한 ‘올해의 발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대학로 창작뮤지컬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코미디 뮤지컬로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표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대학로에서 코미디가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개막 이후 배우들이 적막한 객석을 마주할까 걱정도 했다”며 “다행히 관객들이 웃고 박수를 쳐주며 공연을 잘 봐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으로 형을 잃은 청년 해웅이 낡은 쿠로이 저택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박령 옥희와 선관귀신, 아기귀신, 처녀귀신, 장군귀신 등 이곳에 머물던 귀신들은 해웅이 자신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웅을 통해 성불을 하려고 벌이는 소동이 유쾌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펼쳐진다.

표 작가는 “개인적으로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한다”며 “귀신이 등장하는 소동극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에서 세상을 바꾸는 걸 포기하지 않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극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는 개성 뚜렷한 캐릭터다. 특히 선관귀신, 아기귀신, 처녀귀신, 장군귀신 역을 맡은 4명의 배우들은 극 속에서 다른 역할도 함께 소화하며 쉼 없는 연기 변신으로 관객에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 해웅과 옥희 또한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모습으로 기분 좋은 유쾌함을 전한다.

표 작가는 “일제강점기라는 배경과 귀신 이야기라는 설정이 처음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해웅 역의 배우 정욱진, 최민우가 연습실에서 보여준 밝은 에너지를 접하고 이야기를 잘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며 “지금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생각 이상의 ‘하이텐션’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에너지 덕분에 관객들이 작품을 더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답게 각각의 넘버 또한 장면 전환에 맞춰 분위기가 달라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귀신의 표현도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만 만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초연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향후 정식 공연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표 작가는 “당장은 정식 공연 이야기가 없지만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며 “정식 공연으로 돌아온다면 지금 출연한 배우들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 과정부터 배우, 스태프 모두가 다 나와 같은 방향을 보며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잘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다”며 “관객들도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유쾌함을 함께 즐기고 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오는 2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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