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 대학로 창작뮤지컬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코미디 뮤지컬로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표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대학로에서 코미디가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개막 이후 배우들이 적막한 객석을 마주할까 걱정도 했다”며 “다행히 관객들이 웃고 박수를 쳐주며 공연을 잘 봐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으로 형을 잃은 청년 해웅이 낡은 쿠로이 저택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박령 옥희와 선관귀신, 아기귀신, 처녀귀신, 장군귀신 등 이곳에 머물던 귀신들은 해웅이 자신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웅을 통해 성불을 하려고 벌이는 소동이 유쾌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펼쳐진다.
표 작가는 “개인적으로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쓰는 걸 좋아한다”며 “귀신이 등장하는 소동극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에서 세상을 바꾸는 걸 포기하지 않는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극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는 개성 뚜렷한 캐릭터다. 특히 선관귀신, 아기귀신, 처녀귀신, 장군귀신 역을 맡은 4명의 배우들은 극 속에서 다른 역할도 함께 소화하며 쉼 없는 연기 변신으로 관객에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 해웅과 옥희 또한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모습으로 기분 좋은 유쾌함을 전한다.
표 작가는 “일제강점기라는 배경과 귀신 이야기라는 설정이 처음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해웅 역의 배우 정욱진, 최민우가 연습실에서 보여준 밝은 에너지를 접하고 이야기를 잘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며 “지금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생각 이상의 ‘하이텐션’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에너지 덕분에 관객들이 작품을 더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답게 각각의 넘버 또한 장면 전환에 맞춰 분위기가 달라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귀신의 표현도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만 만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초연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향후 정식 공연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표 작가는 “당장은 정식 공연 이야기가 없지만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며 “정식 공연으로 돌아온다면 지금 출연한 배우들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 과정부터 배우, 스태프 모두가 다 나와 같은 방향을 보며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잘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다”며 “관객들도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유쾌함을 함께 즐기고 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오는 21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