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한국판 이토준지式 공포물 …네이버웹툰 ‘기기괴괴’

김정유 기자I 2020.09.12 06:00:00

2013년 연재 후 7년간 국내 공포 스릴러웹툰 이끌어
우리 주변서 일어날법한 일들 그려, 기발한 주제 눈길
‘성형수’편 대표 에피소드, 9月 애니화로 극장 개봉
기괴함 속 사회풍자 곁들여, 독자들에 큰 호평 받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기기괴괴’


‘기괴하다’. 외관이나 분위기가 괴상하고 기이하다는 뜻이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묘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를 묘사할 때 쓰인다. 네이버웹툰의 대표 미스터리 스릴러웹툰 ‘기기괴괴’야 말로 이 같은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대놓고 공포물을 표방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기괴하게 표현해 흥미를 이끄는 이유 모를 ‘찝찝함’을 선사한다. 일본 스릴러물의 대가 ‘이토 준지’ 작가류의 묘한(?) 찝찝함이다. 독자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함을 전달한다는 점이 이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신선함과 자극성을 찾는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일테다.

‘기기괴괴’는 2013년부터 무려 7년간 네이버웹툰에서 장기 연재 중인 작품이다. 연재 이후 즐겨찾기 독자 76만명을 꾸준히 유지하며 목요웹툰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많은 에피소드 중 ‘성형수’편이 큰 인기를 끌며 ‘기기괴괴’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성형수는 ‘기기괴괴’ 에피소드 중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섬뜩함, 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킨 아이템이다. 최근 ‘기기괴괴 성형수’라는 이름으로 애니메이션화돼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성형수 에피소드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기적의 물 ‘성형수’를 둘러싼 이야기다. 에피소드 속 주인공 ‘한예지’는 극심한 외모 컴플렉스에 성형수를 사용해 미인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부작용이 예지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이는 성형수 중독으로까지 이끌게 한다. 결국 실수로 예지의 몸은 물처럼 녹게 되고, 이에 예지의 부모는 자신의 살을 떼네 다시 예지를 되돌린다. 하지만 이미 기괴한 몰꼴이 돼버린 예지는 성형수의 중독을 끊지 못하고 다시 미인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시즌2’에선 ‘뉴성형수’란 에피소드로 예지의 뒷얘기까지 다루고 있다.

오성대 작가가 그린 ‘기기괴괴’는 단순히 괴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더해 사회적 비판과 풍자까지 곁들여 독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예컨대 성형수편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이 같은 사회적 풍자를 기반으로 그려지면서 독자들의 공감대를 샀다. 일본의 거장 이토 준지 작가가 오버랩되는 이유다. 아무 배경없는 공포보다, 이유와 배경이 있고 이해까지 되는 공포는 독자들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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