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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세먼지 시즌제]③일상을 멈췄더니 해법이 보였다

김기덕 기자I 2020.05.08 02:35:00

올 겨울 초미세먼지 농도 30% '뚝'
산업생산·경제활동 등 축소 영향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 등도 효과
"정확한 측정 시스템 마련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집어삼킨 미세먼지`

올 겨울철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전 국민이 코와 입을 꽁꽁 싸매고 길거리를 다녔다. 다만 그 이유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추운 계절마다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가 아닌 바로 코로나19라는 인수공통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최근 몇년간 겨울철마다 발생하는 `삼한사미`(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비유하는 신조어) 현상도 올해는 거의 없었다. 차갑고 맑은 바람이 미세먼지를 확 줄여준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즉 일상의 멈춤으로부터 해답을 찾고 있다.

서울 한강 일대가 맑고 청명한 날씨에 선명하게 보인다.(연합뉴스 제공)


◇사회·경제활동 중단에 배기가스 배출도 ‘뚝’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올 겨울철은 1973년 이래로 역대로 가장 기온이 높았다. 꽃샘추위가 자주 찾아오는 3월 전국 평균기온도 7.9℃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겨울철 포근한 날이 많을수록 대기가 정체되고, 미세먼지가 자주 출몰할 수 있지만 올해는 전혀 달랐다.

올해 첫 시행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2019년 12월~2020년 3월)에 관측한 전국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24㎍/㎥로 지난해 같은 기간(33㎍/㎥)에 비해 27% 감소했다. 미세먼지 ‘좋음’ 일수는 2배 이상 증가(13일→28일)한 반면 ‘나쁨’ 일수는 37%(35일→22일)가 줄었다.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는 18일에서 2일로 89%나 급감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서울도 미세먼지가 35㎍/㎥에서 28㎍/㎥로 20% 개선됐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대기질 솔루션 관련 글로벌 기업인 아이큐에어(IQAir)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 2월 26일~3월 18일 서울을 포함한 뉴델리, 런던, 로스앤젤레스, 밀라노, 로마, 우한 등 글로벌 도심 10곳의 초미세먼지는 40~60%가 줄었다. 이 기간은 코로나19 사태로 각 국가별로 봉쇄 조치가 내려지는 등 이동 제한 조치가 가장 활발하던 시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력이 강력한 만큼 대부분 국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산업생산이나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즉 사람들의 사회·경제활동이 멈춘 것에 따른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수 없겠지만 공장, 자동차, 비행기 등 오염물질 배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올 들어 유행한 코로나19와 미세먼지 감소라는 연결고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우리가 마주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중요한 것은 겨울철 기온이 일시적으로 올라가고 대기확산이 느려지더라도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의 배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미세먼지 농도는 줄어든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계절관리제 등도 영향…“정확한 측정시스템 갖춰야”

올해 전국에서 미세먼지 시즌제를 첫 시행한 서울시도 상당한 대기 정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메시먼지 ‘좋음’ 일수가 10일이 늘었으며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인 50㎍/㎥을 초과하는 고농도 일수는 14일이 줄어드는 등 대기질이 대폭 개선됐다.

서울시가 실시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대책에는 수송(3개 사업), 난방(3개 사업), 사업장(4개 사업) 및 노출 저감 등 총 4개 분야 16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미세먼지 배출원인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은 4대문 안 녹색교통지역에 한해 시행됐다. 이외에도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친환경보일러 집중 보급,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및 비산먼지 발생공사장 전수 점검 등이 포함됐다.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올해 첫 시행한 미세먼지 시즌제 정책 효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분석을 통해 연말에는 더욱 강화된 계절관리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미세먼지 저감 신기술 개발 지원,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수도권 확대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미세먼지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정확한 측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정책 평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와 같은 경우에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코로나19 사태가 각격 미세먼지 저감에 미친 효과를 명확히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록진 교수는 “미세먼지 생성에 기여하는 직·간접 배출이 어디서 얼마나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국가배출량 통계를 어떻게 지역적으로 정확하게 상세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화창한 날씨에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하늘.(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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