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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백점 인프라는 빵점"…韓日 수소경제 메카 울산·도요타 가보니

정다슬 기자I 2019.07.30 01:01:09

[미래車 리포트③]일본편
현대차 생산거점 울산·도요타 본거지 도요타시 방문기
울산시 수소충전소 5곳..2030년 6.7만대 보급 목표
울산1대 충전에 15분 소요.."100대 충전해야 수익"
도요타시 충전소 이용차량 적어 수익성 한계

[울산·나고야·도요타(일본)=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차는 백점인데, 인프라는 빵점이에요.”

16일 울산 남구시 옥동에 위치한 옥동LPG수소복합소충전소에서 만난 김동연씨는 수소차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수소차 자체는 조용하고 연비도 뛰어나 만족스럽지만, 연료 충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마음 놓고 다니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지난해말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Nexo)를 구입해 7개월째 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씨는 부산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김씨가 예정에 없던 울산을 찾은 것은 서울까지 가는 길에 가장 가까운 수소 충전소가 옥동충전소여서다. 울산에는 옥동 충전소를 비롯해 매암, 경동, 신일 등 총 5곳의 수소충전소가 있다.

김씨는 “부산에도 수소충전소가 한 곳 있기는 하지만 부산 서쪽 끄트머리여서 차라리 울산을 들르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강서구 가락대로에 위치한 서부산 NK 수소충전소가 유일하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4곳 등 총 20개 수소충전소가 운영중이다. 그나마도 주말에는 대부분 문을 열지 않는데다 일부 수소충전소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일본의 수소차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한발 앞서 있다. 지난 18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시에 위치한 에코풀타운 수소충전소에서 만난 오니기 슈이치(鬼木州一) 씨는 ‘수소차는 어떠냐’는 질문에 엄지를 들어 보였다. 슈이치씨는 도요타가 지난 2014년 처음 선보인 수소차 ‘미라이’를 지난 2016년 구입해 3년째 타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슈이치씨는 미라이를 몰고 여행을 다니다 연료 충전을 위해 도요타시를 방문했다고 했다.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슈이치씨도 처음부터 수소차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 미라이를 구입했던 2016년만 해도 수소충전소가 드물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슈이치씨는 “다행히 집 근처에 수소충전소가 한 곳 있어서 어찌어찌 버티기는 했지만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수소충전소 위치부터 파악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지간한 도시마다 수소 충전소가 있어 장거리 여행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2018년 11월 기준 일본의 수소충전소는 총 113곳이 운영 중이다.

16일 울산 옥동충전소에서 현대차의 넥쏘(Nexo)가 충전을 하고 있다.
◇수소 경제 메카 꿈꾸는 울산·도요타시


현대차의 주요 생산공장이 위치한 울산시와 도요타사의 본사가 위치한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수소차 시장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의 거점 도시는 수소 사회를 꿈꾸는 한국과 일본의 축소판이다.

16일 방문한 울산시 옥동LPG수소복합소충전소 앞은 충전을 기다리는 수소차의 행렬로 분주했다. 김동석 옥동충전소 소장은 “하루 평균 40~50대의 차량이 이용한다”며 “하루 충전 대수로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우리나라에서 인구 대비 수소차 보유 비율이 가장 높고 수소충전소도 가장 많다.

2018년 기준 울산시에 등록된 수소차 개수는 361대. 울산시는 올해 안에 1000대를 추가해 2030년에는 수소차 비중을 울산 등록차량의 15%인 6만 7000여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울산시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총 5곳으로 올해 안에 2곳이 추가된다.

반면 18일 방문한 도요타시 에코풀타운 수소충전소의 하루 이용 차량은 하루 평균 4~5대에 그친다. 도요타 시내를 순환하고 있는 수소버스를 제외하면 한 대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도요타시에 등록된 수소 차량은 108대로 운행하는 차량이 적다 보니 수소충전소 이용 차량도 많지 않다. 수소 충전소는 2곳으로 올해 안에 한 곳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그러나 단순 비교만으로 울산시의 수소 인프라가 도요타시를 압도한다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울산시 인구는 115만명, 도요타시(42만명)의 3배 가까이 많은 대도시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옥동 수소충전소의 분주함은 우리나라의 부족한 수소 인프라가 낳은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 따르면 현재 수소차 충전이 가능한 수소충전소는 20곳으로 일본의 113곳(2018년 11월 기준)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시가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취약하다. 옥동 수소충전소에 차량이 몰리는 것도 그나마 울산 시내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옥동 수소충전소는 울산대공원이 주거지역과 차단벽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규제 샌드박스 적용으로 도심 내 수소충전소 설치가 가능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소충전소는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인적이 드문 도시 외곽에만 설치를 허용했다.

반면 에코풀타운 수소충전소는 일본 내 첫 상용 수소충전소이지만 시가지 안에 위치해 있다. ‘수소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거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설립 이후 큰 사고 없이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부감도 많이 옅어졌다.

올해 도요타시에 들어서는 3번째 수소충전소도 도심에 들어서지만 주민 반발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18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수소 충전소에서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가 충전을 하고 있다.
◇한 시간에 4대 충전…정부 지원 없으면 적자

한·일 수소충전소의 보이지 않는 차이 중 하나는 충전속도다. 수소차 충전에는 평균 3~5분이 소요된다. 일반 휘발유차 주유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충전 대기시간이다. 옥동 수소충전소에서는 한 번 충전을 한 다음 충전을 위해 떨어진 압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15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4대를 충전하는데 1시간 가량이 걸리는 셈이다. 옥동 수소충전소에서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지친 수소차 차주들이 차량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에코풀타운 수소충전소는 대기시간 없이 곧바로 수소 충전이 가능하다.

에코풀타운 수소충전소 직원 테라노 테츠지 씨는 “수소를 30Mpa 압력으로 저장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충전을 할 때는 70Mpa까지 압력을 올리는데 여기에 드는 시간은 수초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수소충전소 뒤 저장공간에는 가스봄베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저장용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압력은 30Mpa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소차 충전으로 낮아진 가스 압력을 다수의 저장용기가 분산해서 감당하기 때문에 압력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느린 충전속도는 수소충전소 수익성을 가로막는 난관 중 하나다.

김 소장은 “수익이 나오기 위해서는 평균 100대 정도를 충전해야 하는데 아무리 계산해봐도 하루 70대가 최대”라고 말했다. 한 시간에 충전 가능한 차량 대수가 4대에 불과하다 보니 충전소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어나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충전 여력을 늘리려면 수소충전기를 추가해야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설치비만 30억원, 운영비로 연간 약 1억원이 들어간다.

이나마도 옥동 수소충전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내 최초 LPG·수소 복합충전소여서 3년간 운영비를 지원받기 때문이다.

다른 수소 충전소의 설치비는 나라와 지자체가 절반씩 지원하지만 운영비는 민간사업자의 몫이다. 김 소장은 “솔직히 3년 지원기간이 끝나면 계속 수소충전소를 운영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반면 에코풀타운은 충전소를 이용하는 차량 자체가 적어 수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정부가 2016년부터 2억원 내에서 운영비의 3분의 2를 지원해 준다. 게다가 수소충전소 운영자가 우리나라는 대부분 개인사업자인데 비해 일본은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JXTG에너지, 이와타니산업, 도요가스 등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어느 정도 손실이 나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니와 히로카즈 도요타시 기획정책부 미래도시추진과 담당장은 “수소를 산업화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고 행정은 어디까지나 지원 업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시를 친환경에너지 도시로 만들고 그 수단 중 하나로 수소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향성에는 시도 공감하고 있지만 투자와 시장 개척은 결국 기업의 몫이라는 것이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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