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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 1년]코스닥벤처펀드 믿고 배짱 발행한 CB '부메랑'

윤필호 기자I 2019.01.15 05:10:02

각종 수혜에 '제로금리' 채권 남발
주가 하락에 전환가액 하향 '부작용'
공모가 거품 불러 IPO 침체 원인돼
국내형 펀드 수익률 '-19.37%' 추락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코스닥벤처펀드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정책 수혜 기대감에 코스닥 상장사의 회사채를 통한 투자금이 몰렸지만, 증시가 급락장으로 돌아서자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기에 처했다.

14일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0일 기준 최근으로 1년간 하락 곡선을 그렸다. 코스닥지수의 급락세를 따라 이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9.37%, -16.92%를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단지 수익률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차원의 목적으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됐다.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고, 펀드자산의 15%는 벤처기업 신주로 채워야 한다.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 우선배정, 소득공제 등이 혜택도 제공됐다. 변동성 높은 코스닥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유인책인 것이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정책 수혜 기대감이 높아졌고 의무적으로 편입되는 상장사에도 자금이 몰렸다. 출범 한 달여 만에 3조원 가까운 자금이 펀드에 유입됐다. 하지만 운영사들은 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 대상 확보의 어려움에 직면했고,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상장사들은 이를 기회삼아 회사채 발행 경쟁을 펼쳤다. 부실 기업들까지도 제로금리로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우려가 커졌다.

대규모로 발행된 메자닌 채권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증시에 또다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메자닌 채권의 전환가액조정(리픽싱) 건수가 늘어나면서 대거 보통주 전환에 따라 주가가 희석되는 시장 왜곡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급락장에서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는 공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벤처펀드가 당초 취지와 달리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코스닥벤처펀드를 만들 때 증시로 들어올 다양한 수단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신주에 투자토록 하니까 신주에 포함되는 메자닌에 몰린 것”이라며 “결국 투자자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시장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리픽싱의 경우 재무제표 상에 파생상품평가손실로 들어가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실적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수요예측 과열로 이어지면서 공모가에 왜곡이나 거품이 생겼고 결국 하반기 시장 침체 원인이 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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