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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PCA생명 매각, 희비 엇갈리나

박기주 기자I 2016.09.29 06:00:00

KDB생명, 다음달 13일까지 예비입찰…인수 희망자 없어
본입찰 진행 중인 PCA생명과 대조적인 모습
과거 고금리 상품이 '역풍'으로 돌아와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2년 만에 다시 시작된 산업은행의 세 번째 KDB생명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매수 희망자가 몰려 경쟁하고 있는 PCA생명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과거 높은 수준의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하며 자산 규모를 키워온 KDB생명이 저금리 기조와 새로운 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전망에 따라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다음 달 13일까지 KDB생명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자들로부터 예비 입찰서류를 받는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85.05%다.

지난 5일 산업은행의 발표로 시작된 이번 매각 작업에 아직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두 차례의 매각 시도가 불발된 데 이어 이번 도전도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KDB생명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를 만들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바 있다. 여기에 인수 후 진행한 유상증자 등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8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KDB생명 인수에 이 가격 이상을 제시할 매수 희망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 4월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 한국 법인을 시장 예상가(2000억~3000억원)보다 훨씬 낮은 약 35억원의 헐값에 매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과거 판매한 고금리의 확정금리형 상품에 대한 적립금을 대거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이 매각가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KDB생명 역시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KDB생명은 과거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하는 상품을 대거 팔아치운 바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KDB생명의 매각 불발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가를 현재 생각하는 수준에서 낮추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저금리와 회계기준 변경 등 보험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매각 작업을 펼치고 있는 PCA생명은 KDB생명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PCA생명은 금리에 따라 제공 금리가 다른 변액보험 위주의 상품을 팔아온 덕분에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우려가 적다는 장점 탓에 매각 작업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미래에셋생명과 중국계 자본이 PCA생명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경쟁하고 있다. 이들 후보가 내놓은 인수가격이 애초 전망(3000억원 안팎)보다 낮은 1500억~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ING생명과 KDB생명 등 다른 매물보다는 매각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업계 안팎의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PCA생명은 회계기준 변경 때도 자본확충 부담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업계 선두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 PCA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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