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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출신 삼성 임원 中기술 유출시도 왜?..치열한 시스템반도체 전쟁

양희동 기자I 2016.09.25 08:00:00

10나노급 삼성 등 세계 2~3곳만 생산 가능
중국은 기술격차 줄이려 계속 유출 시도
한국·대만·미국 290조원 시장 두고 각축

삼성전자가 지난달 업계 최초로 고성능·저전력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기반으로 양산을 시작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7570’.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국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으로 ‘기업의 별’이라고 불리며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삼성전자(005930)의 50대 고위 임원이 스마트폰용 시스템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구속됐다. 엄청난 보수와 혜택을 누리는 삼성전자의 임원이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려다 덜미를 잡힌 이번 사건은 현재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모른다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임원이 중국으로 유출을 시도했던 기술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2~3개 업체만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중국으로의 유출이 이뤄졌다면 세계 반도체 및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4·10나노 기술 유출은 시장 판도까지 영향

2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모(51) 전무가 중국으로 유출을 시도한 기술은 ‘14나노미터 공정 흐름도’와 ‘10나노미터 모바일AP’ 등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1나노미터(㎚)는 1m를 10억분의 1로 쪼갠 초극소 단위로 머리카락의 1만분의 1 크기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 얇고 가벼운 성능이 향상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전력 소모량도 감소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다.

한국업체끼리 1~2위를 다투고 있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는 한국·대만·미국 등 3개 나라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IHS가 발표한 올해 2분기 기준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총 2637억 달러(약 291조원)로 메모리(735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그만큼 시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이란 얘기다.

현재 14·10나노 등 20나노 미만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을 가진 업체는 삼성·대만 TSMC·미국 인텔 등 3곳뿐이다. 특히 이 전무가 중국에 넘기려던 10나노 모바일AP는 삼성전자의 차기작인 ‘갤럭시S8’에 들어갈 예정으로 삼성 외에는 TSMC만 생산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나노급 반도체는 전 세계에서 2~3개 업체만 만들 수 있는 초 고부가 가치 상품”이라며 “중국의 기술력은 아직도 수년 이상 뒤져 있어 만약 다른 업체에서 이 기술을 손에 넣는다면 업계 판도마저 바뀔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미국과 기술 경쟁 속 보안 대책 절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신수종사업으로 삼아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기술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삼성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조차도 삼성이나 TSMC를 통해 아이폰용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을 선점한 업체는 막대한 수익을 얻고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2007년부터 아이폰용 모바일AP를 생산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최근 2년간 애플 물량을 경쟁사인 TSMC에 빼앗겼다. 더욱이 애플 공급 물량을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14·10나노 공정을 개발했지만 얼마 전 출시한 아이폰7용 AP 물량도 TSMC가 모두 가져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당 사업부 고위 임원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중국에 빼돌리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삼성은 현재 7나노에서도 인텔 등과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종합반도체업계 순위에서는 삼성은 1위 인텔(14.7%)을 3.4% 포인트 차로 추격하며 시장점유율 2위(11.3%)를 기록하고 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중국이 삼성 현직 고위 임원까지 기술 유출 창구로 이용하려 한 것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며 “힘들게 확보한 우리 기술을 지키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강력한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시스템반도체 세계시장 규모와 향후 5년간 시장 규모 추정치. [자료=IHS·단위=1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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