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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 혼란 주범은 금융당국"…금융권 비난 여론 고조

김영수 기자I 2014.11.28 06:00:00

우리은행 매각 등 진정성 의심…해외자본 참여 사실상 불가
"KB의 LIG손보 인수 승인 지연은 몽니¨금융당국이 문제"해석도

[이데일리 김영수 문승관 기자] “매각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금융당국의 진정성이 의심됩니다.”

28일 마감되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비입찰을 놓고 입찰 참여를 고심하고 있는 한 투자금융회사 대표가 푸념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자금 여력이 풍부한 중국 등 우리은행 경영권에 관심 있는 해외투자자들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론스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번에도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LIG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지만,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자회사 편입승인을 보류한 것 역시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수합병(M&A)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건 ‘몽니’가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항변이다.

◇금융당국 “中 자본 은행 인수 불가” ..우리은행 매각 진정성 의심

최근 금융위원회에 중국의 한 대형은행으로부터 문의가 접수됐다. A금융그룹 계열 지방은행에 대해 인수의사를 물어온 것이다. A금융그룹과도 상당한 의견을 나눈 상황이었다. 이 중국계 은행은 늘어나는 중국 방문객들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금융위에 의사를 전달했지만, 금융위는 “더는 얘기 들을 필요도 없다. 이 얘기는 안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중은행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27일 “금융위가 우리은행 재매각 방침을 발표할 당시 외국계 자본에 대해서도 참여를 허가하겠다는 애초의 입장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국부유출과 함께 해외자본의 적격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하지만,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잠식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아직도 ‘변양호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입찰이 28일 마감되는 우리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외국계 자본에 대한 입찰참여를 제한키로 한 것이다. 특히 중국 자본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하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중국계 금융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중국 자본 불가론’에 대해 상당 부분 자인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자본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중국 자본을 무턱대고 배제한다면 외교적인 시빗거리가 될 수 있어 대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중국 등 해외자본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국부 유출 논란은 물론 여신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 정보가 해외로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따라서 중국 등 해외자본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나 국내 금융사 인수에 상당 부분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금융사의 한 대표는 “우리은행 매각 과정에서 보듯이 자격제한 등 높은 장벽 때문에 금융당국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금융당국이 최대한 시장 간섭을 배제하고 유연한 감독체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금융 ‘LIG손보’ 인수 불확실성 확대..“금융당국이 문제” 해석 지배적

금융당국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과 관련해 지난 27일부터 앞으로 2주 간 부분검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내달 금융위는 인수 승인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KB 사태 이후 지배구조를 문제로 삼아 인수 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금 KB금융의 지배구조 자체가 안정화가 안 된 상황”이라며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내실을 다지는 것도 중요해 금감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부문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적격 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승인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스탠스가 오히려 시장혼란을 불러온다고 강조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만으로 인수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의 몽니로밖에는 볼 수 없다”며 “M&A시장에서 KB금융의 대외신뢰도, 인수자금조달 능력 등을 고려할 때 LIG손보 인수의 부적합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해외 투자자들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지연을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한국의 오래된 관치금융으로 말미암은 폐해로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M&A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자칫 해외투자자가 등 돌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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