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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에도 오른 韓 증시…'안도는 이르다'

김인경 기자I 2023.03.14 05:45:00

코스피, '블랙먼데이' 우려에도 0.67% 상승
美 3월 FOMC '빅스텝' 전망 잦아들며 기대감↑
원·달러 환율 하락에 외국인도 지갑 열었지만
중국 및 유럽 지표도 대기…코스닥 변동성 주의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두고 여의도 증권가도 떨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졌던 지난해와 달리 ‘불확실성은 없다’는 기대에 부풀었던 증시가 단숨에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SVB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에서 한 발 물러선다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블랙먼데이 공포에도 되레 오른 코스피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에 거래를 마감했다. 4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날보다 0.29포인트(0.04%) 상승한 788.89포인트를 기록했다.

개장 전만 해도 지난 주말 터진 SVB 파산을 두고 증시가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빠르게 개입을 선언한데다, 미국의 3월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함)’ 금리인상 가능성도 낮아지며 코스피는 되레 상승세를 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만 올릴 가능성은 지난 10일 기준 59.8%에서 96.0%로 치솟았고, 50bp 인상 전망은 40.2%에서 0%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날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 때 1298.30원까지 내리며 지난 7일 이후 일주일 만에 1300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에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87억원, 코스닥에서 1446억원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번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전환하지 않으면, 오히려 미 연준의 긴축 행보에 제동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상승했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낙관해서도 안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SVB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14일(현지시간)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이어 15일엔 미국의 소매판매가 발표되는데 만일 여전한 ‘고물가’ 상황을 보여준다면 연준의 계산도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도는 이르다…코스닥 변동성 주의보

미국의 지표가 기대치 수준으로 나오며 3월 FOMC에서 금리를 25bp만 올린다 해도 중국이나 유럽의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이번 주 중국의 광공업생산과 소매판매 등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눈높이도 높아졌다”면서 “이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실망 매물이 출회했던 만큼, 투자자의 기대를 밑도는 경제지표가 나온다면 하락압력이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유럽 역시 16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 올릴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아직은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의 거래대금은 7조4424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줄어들었고, 거래량도 3억7129만주에 머물며 지난 3일(3억7188주) 이후 6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급이 약해지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VB가 바이오, 플랫폼 등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해온 만큼, 국내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5거래일 만에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 6일 816.51(종가 기준)까지 오른 후 780선으로 되물림한 상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연결돼 경기침체로 가는 길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전환하기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커져 지수 하방이 열릴 가능성이 있고 코스피보다 코스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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