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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이겨냈던 간호사 왜 사라졌나?[만났습니다②]

이지현 기자I 2023.01.16 06:00:00

메르스 땐 선임 간호사가 환자 돌보겠다고 솔선수범
코로나19 장기화 급여 높은 곳 이동…병상 가동 멈춰
교대간호사 수당 신설 노력 등 간호인력 확보 노력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다른 병원에서는 메르스 환자를 보라고 하면 의료진이 사직하는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우리 병원에선 간호부장이 환자를 보러 음압병상에 들어갔습니다.”

송관영 서울의료원장은 메르스 당시 고군분투했던 간호사들의 모습을 이같이 떠올렸다. 2015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치명률은 20%였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염돼 죽을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공포였다. 선배 간호사들은 어린 후배들을 보낼 수 없다며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병상에 들어갔다. 그런 선배들을 보며 후배 간호사들도 공공병원 간호사로서의 사명감을 다잡았다.

송관영 서울의료원장이 간호인력 부족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송관영 원장은 “당시엔 레벨D 방호복을 입는법 조차도 생소해 간호사들에게 교육을 해야 했다”며 “현장 간호사들의 눈동자에 공포와 의연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과 헌신으로 메르스 상황은 3개월여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동료의식과 팀워크는 어느새 희미해졌고 이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점점 벌어지는 임금 격차 때문이었다. 2020년 2월 대구 사태 이후 전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이들을 돌볼 간호인력이 부족해졌다. 대형병원들은 신규 간호사 모집에 나섰고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에서도 계약직 간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체검사와 백신 예방접종 업무를 맡는 계약직 간호사의 1일 수당은 30만원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한 달 20일 근무하면 약 600만원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중소병원 신규 간호사 급여액의 2배 이상이며 대학병원 5~10년차 간호사 급여액을 뛰어넘는다. 신분은 계약직이지만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연봉차이가 점점 더 벌어진 것이다.

송 원장은 “우리가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에 우리 소속 간호사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소속 간호사가 함께 근무하는데, 같은 환자를 돌보면서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급여가 2~3배나 높은 걸 확인한 간호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병원을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공공병원 경력직 급여보다 높은 상황에서 사직하는 간호사를 막을 방도는 없었다. 2020년 69명(계약직, 비자발적 사진, 수습기간 제외)이 그만뒀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에는 160명, 186명이 사직했다. 서울의료원의 간호인력 정원은 800명이지만, 아무리 추가 채용을 해도 이탈 가속화에 현원은 692명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665개 병상 중 410개 병상만 가동 중이다. 송 원장은 “입원하려는 환자는 많지만, 간호인력이 충분치 않아 모두 열지 못해 적자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은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간호인력 복지확보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 송 원장은 “공공기관이라 임금총액제가 걸려 있어 원장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임금을 높여줄 수 없는 부분”이라며 “교대근무 간호사에게 추가 수당을 확보하는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가 긍정적으로 많이 도와줘서 좋아질 여력이 있다. 간호인력이 안정화되면 충분히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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