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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집 마련의 꿈 짓밟는 정보독점

권소현 기자I 2021.03.23 05:25:00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저자

실물시장이나 금융시장에서 정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거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배구시합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불공정거래다. 정보의 독점·왜곡·남용을 통한 정보의 사유화는 상대편의 패를 몰래 들여다보며 투전판을 벌이는 사기행각으로 비리와 부패의 원천이다.

우월적 위치를 가진 심술쟁이들은 정보를 독차지하고, 진실을 구부리고 늘려서 가짜 정보를 만들고, 정보를 끼리끼리 돌려 사람들을 농락하며 이권을 독차지하려 든다. 독재자, 내부자, 협잡꾼들이 남다른 정보를 거머쥐면 진실을 뒤엉키게 하여 질서를 어지럽혀진다. 시장 가격기능을 파괴하는 정보의 독점·왜곡·남용 행위는 시장경제체제 나아가 자유주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공적이다.

평생을 근검절약해도 보금자리 장만이 어려워 서울을 떠나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다 어쩌다 집을 장만해도 세금내기가 고달픈 지경이다. 이 풍진세상에서 신도시개발 정보를 거머쥐고 개발지역과 주변 땅을 사들이고 쪼개고 하는 연금술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노다지를 캐게 되었다.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개발정보를 독차지하며 떼돈을 벌려는 막장놀음이 선량한 시민들에게 ‘절망에 이르는 병’을 앓게 만들고 있다. 그 내부자들이 돈벼락을 맞는 장면을 보면서, 영문 모르고 땅을 팔아넘긴 주민들은 눈뜨고 당한 자신을 원망할까. 아니면 평등과 공정과 정의가 가물가물해지는 세상을 한탄할까. 비밀을 저 혼자 거머쥔 협잡꾼들이 꿀꺽꿀꺽 삼킨 돈은 결국 건설원가에 전가되어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노력도 손실위험도 없이 거저 챙기는 재화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반드시 누군가의 아픔과 눈물의 범벅이다. 누군가 불로소득을 쌓아 올리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공공부분 종사자’들에게 속절없이 당했다는 분하고 억울한 심정을 어찌 견뎌낼까. 이러한 병폐가 쌓여 가면 어쩔 수 없이 불신풍조가 번지며 사회적 수용능력이 마모된다.

공정과 정의의 깃발은 구겨진데다 깃대는 한쪽으로 구부러져 있다고 느끼게 하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해 지역과 주변 토지 거래에 동원된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추적하여야 한다. 지저분하게 번 돈일수록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더 불리려 욕심내며 불가사리처럼 번지기 마련이다. 간단하게 끝낼 사안이 아니다. 발본색원, 환골탈태, 무관용이 레토릭에 그치지 않고 가감 없이 실천된다면 사회 곳곳에 수북하게 쌓여가고 있는 ‘불신의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벼락부자가 되기를 마다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그러나 남모르는 정보를 움켜쥐고 멋모르는 이웃을 골탕 먹이며 재물과 권세를 차지한 인사들 중에 보람차고 여유로운 삶을 오래 이어가는 경우는 아무 데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갈수록 탐욕에 휩싸여 전전긍긍하거나 부질없는 위엄을 부리다 소중한 인생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경에도 “속임수로 뺏어 먹는 빵은 달콤하지만 뒷날 그 입은 모래로 가득 차게 되리라(잠언 21 : 16)”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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