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아파트 돋보기] 베란다에 세탁기 설치하면 안되는 이유

김용운 기자I 2019.07.13 06:00: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우리나라 주택 중 75%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처럼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은 물론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매 주말 연재를 통해 살펴본다.

흔히 아파트의 베란다라고 부르는 곳의 정확한 명칭은 ‘발코니’ 입니다. 최근 짓는 아파트는 확장형 아파트라고 해서 발코니를 터서 거실을 넓게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의 경우에도 모든 발코니가 다 확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안방쪽 발코니는 그대로 별도로 구획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발코니 확장여부와는 관계없이 안방쪽에 있는 발코니를 보면 위층에서 아래층까지 배수관이 하나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또는 대부분 남향으로 건설되는 아파트의 발코니는 세탁물을 건조하는 용도나 화분을 설치하기 딱 좋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형 평형의 아파트는 세탁기를 설치하는 곳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만 작은 평형의 경우에는 세탁기 설치 장소가 별도로 없는 곳도 있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쌓아 놓은 장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안방쪽의 결국 세탁기는 이 발코니에 설치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또한 거실 쪽 발코니에는 보통 수도꼭지도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빨래 말리는 장소도 이 발코니가 안성마춤이며, 위층부터 연결된 배수관에도 하단부에 배구되는 구멍들이 촘촘히 나 있으니 세탁기를 설치하는데 가장 좋은 장소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의 아파트에 살다보면 공고문이나 안내방송으로 거실쪽 발코니에 세탁기를 설치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를 받으신 경험이 많이 있으실 겁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따르면, 이는 발코니에 설치된 이 관의 용도와 관계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관은 우리가 생활하고 남은 생할하수를 버리기 위한 용도가 아닌 옥상에 떨어진 비나 눈이 지상으로 배수되기 위한 용도인 일명 ‘우수관’입니다. .

아파트에서는 물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상수(먹을 수 있는 물), 중수(재생하여 사용가능한 물), 하수(이미 사용되어 버리는 물)입니다. 또한 하수는 세탁이나 설거지 후 나오는 좁은 의미의 하수와 화장실에서 나오는 물인 오수로 세분하여 네 가지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수관에 흐르는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은 세탁한 물이나 생활하수처럼 우리가 직접 먹을 수는 없지만 식물에 물을 주거나 청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용도, 즉 중수로는 사용할 수 있는 물입니다.

그래서 일부 아파트에서는 이 우수관에서 흘러 나오는 중수를 별도로 모아 식물에 물을 주거나 청소 등으로 재생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수로 사용하는 물에 세제가 포함된 하수가 섞이게 되면 이 중수 전체는 청소나 식물에 물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고 생활하수처럼 바로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발코니에 세탁기 설치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수관을 통해 흐르는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흐르는 기온과 관계되는 것입니다.

특히 겨울철 쌓인 눈과 관계된다고 하는데요, 눈이 오고 나서 옥상에 쌓이게 되면 언젠가는 녹아 우수관을 타고 지상으로 배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겨울철에도 이 우수관으로는 물이 흐르게 됩니다.

세탁기를 설치해 사용한 하수과 우수관을 통해 흐르게 되면 세탁물 찌꺼기 등이 쌓여 결국 1, 2층의 우수관로를 막아 역류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옥상의 눈녹은 물이 우수관을 타고 내려갈 때는 기온이 보통 영상으로 변한 시점이기에 우수관을 막게 되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세탁기가 설치된 경우에는 영하의 기온에서도 생활하수가 흐르다 동결되어 결국 지상 1, 2층의 우수관이 막혀 세대로 넘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수관용도로 설치되었기 때문에 세탁물과 관련한 동파는 고려가 되지 않아 동결예방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부득이 관리사무소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상 1충 발코니 하단의 우수관 쪽에 단열재 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우수관 용도이기 때문에 단열작업에도 한계가 있다고 하네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세탁물의 건조 편의성을 고려하여 세탁조가 설치되는 구조로 설계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하수처리 시스템 자체를 설계에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우수관로는 별도로 설치된 것이라고 합니다.

중수의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겨울철 동파사고로 아래층 세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코니에 세탁기 설치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고충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