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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래의 CEO스토리]장애인 형·누나 위해 돈 더 벌어야

강경래 기자I 2019.02.09 03:00:00

방송통신 솔루션 중견기업 가온미디어 임화섭 대표
장애인 누나·형 부양 위해 대기업 나와 2001년 창업
2017년 기준 매출 5284억 올린 글로벌 중견기업 성장
연말이면 장애인시설 찾아 봉사활동으로 한해 마무리

임화섭 가온미디어 대표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방송통신 솔루션 중견기업 가온미디어(078890). 이 회사 임화섭 대표(55)를 처음 만난 건 2012년 12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소망재활원’에서였다.

당시 임 대표는 강당에서 1시간가량 장애인들과 어울려 노래를 불렀다. 이후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청소와 식사 준비 등을 했다. 임 대표는 당시 “지난 1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연말에는 옆과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12월에도 기자와 함께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중증장애인시설 ‘한사랑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전체 매출 중 70∼80%를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는 가온미디어. 때문에 임 대표 역시 연간 절반 이상 시간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연말에 해외 출장 등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면 으레 장애인시설을 찾아 임직원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이렇듯 임 대표가 연말에 시간을 할애해 장애인시설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하지만 마음 한곳엔 늘 불편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8남매 중 막내로 자란 그에게는 중증장애를 가진 첫째누나와 셋째형이 있었다. 그가 가족과 함께 행복을 느낄 때면 으레 누나와 형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느껴야만 했다. 결국 그는 “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벌어 우리 가족뿐 아니라 누나와 형까지 책임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결국 그는 주위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2001년 창업에 길로 들어섰다. 그만의 절박함과 절실함이 통했던 것일까. 가온미디어는 이후 셋톱박스 등 방송통신 솔루션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2017년 기준 5284억원 매출을 올린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홈게이트웨이와 스마트박스 등 차세대 셋톱박스 제품군을 앞세워 현재 북미와 중남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 제품을 수출한다.

특히 가온미디어는 KT에 인공지능(AI)셋톱박스인 ‘기가지니’를 독점 공급하며 최근 유명세도 타고 있다. 통상 음성과 음원 기능을 지원하는 AI스피커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다수 있다. 하지만 방송까지 제어할 수 있는 AI셋톱박스를 상용화한 건 현재까지 가온미디어가 유일하다.

그는 가온미디어를 코스닥에 상장시키면서 확보한 돈을 장애인 누나와 형이 평생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시설을 마련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한편, 가온미디어는 임직원 급여공제 및 매칭펀드 등을 통해 일정 자금을 마련한 후 초등학교 불우아동 지원 및 사회복지 시설 후원 등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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