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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는 배당성향..투자자들 `신사업에 쓴다니, 말도 못하고…`

박정수 기자I 2018.12.07 04:55:00

기업들 쌓아둔 잉여금 배당보다 투자로 돌려
배당금 늘어나지만 배당성향은 하락세
작년 배당성향 18.53%…100원 남으면 18원 배당 `그쳐`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연말 배당투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인 배당수익률은 높아졌지만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이유로 투자를 늘리며 배당성향은 되려 낮아졌기 때문이다.

◇ 배당수익은 오르는데 배당성향은 ‘뚝’

▲자료:에프앤가이드
7일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2.4%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월이후 코스피지수가 22개월 만에 2000선이 붕괴되는 등 주식이 싸지면서 동일한 배당금액이더라도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영향이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증시 배당수익률은 2016년부터 시장금리를 웃돌고 있다”며 “배당수익률이 국채 10년물 금리를 역전하기 시작했고 그 격차는 조금씩 확대 중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2015년 3월에 1.75%였던 금리는 같은 해 6월 1.50%로, 2016년 6월에는 1.25%로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1.5%로 인상한 데 이어 1년 만인 지난달 말 다시 1.75%로 올렸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사들의 수정배당수익률(보통주, 현금)은 더 오름세다. 2015년 1.6%에서 2016년 1.65%, 2017년 1.62%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대폭 상승해 2.4%에 이를 전망이다.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및 배당금 추이
다만 배당수익률이 오르는 추세와는 다르게 기업들 배당성향은 낮아지고 있다. 이익 증가세에 비해 배당금 증가는 더디기 때문이다. 2015년 22.58%를 기록했던 배당성향은 2017년에 18.53%로 낮아졌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낸 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즉 당기순이익 100억원인 기업이 배당금으로 20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면 배당성향은 20%가 된다.

더구나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은 2013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2017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153조6524억원으로 전년보다 50.30%나 늘었다. 이에 반해 배당금은 20조7621억원에서 25조365억원으로 20.59% 증가하는데 그쳤다. 배당금 증가율이 이익 증가율의 절반을 밑돈 것이다.

반면 2014~2015년엔 순이익 증가보다 배당금 증가율이 더 가팔랐다. 2014년의 경우 78조5779억원으로 순이익이 전년대비 12.34% 늘었으나 배당금은 이 기간 11조4466억원에서 14조5944억원으로 27.50% 증가했다. 2015년에도 순이익은 91조3795억원으로 전년보다 16.29% 늘었으나 같은 기간 배당금은 19조1978억원으로 31.54%나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배당금 증가율은 이익 증가율은 크게 밑돌면서 배당성향이 2013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한 연기금 CIO는 “배당수익률 상승과 다르게 배당성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배당보다는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배당보단 투자에 골몰…불어난 자본 주주에게 돌려야

실제 기업들은 이익을 배당보다는 투자로 돌리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 현금창고로 불리는 홈쇼핑 업계다.

대기업 계열 4대 홈쇼핑(롯데·현대·GS·CJ)의 이익잉여금은 4조원에 달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홈쇼핑(057050)의 이익잉여금은 1조3534억원에 이르고 GS홈쇼핑(028150)CJ ENM(035760)(CJ오쇼핑 합병)은 각각 1조원을 넘어선다. 비상장사인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6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이익을 배당보다 벤처투자에 쓰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초 인공지능(AI) 기반 스타트업 ‘스켈터랩스’에 직접 투자했고 지난 2016년부터 14개 안팎의 스타트업에 100억원가량 간접 투자했다. 이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홈퍼니싱,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비상장기업이라 배당성향이 공시되지 않는다. 다만 롯데홈쇼핑 대주주인 롯데쇼핑(023530)의 배당성향을 보면 지난 7월 77.27%였으나 현재는 5% 수준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홈쇼핑(057050)은 2015년에 현대렌탈케어(자본금 600억원)를 세워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렌털사업에 뛰어들었고 작년에만 현대렌탈케어에 유상증자를 통해 90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반해 배당성향은 15% 수준이며 이마저도 최근에 14%대로 줄었다. 한 연기금 CIO는 “주요 그룹 현금 창구인 홈쇼핑사들이 배당은 안 하면서 벤처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신사업 진출도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늘어나는 자기자본을 일부 주주에게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은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배당성향이 가장 낮다”며 “배당성향을 30%까지 늘리면 코스피를 9% 남짓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배당성향 상향은 미래 코스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고 이는 주주가치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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