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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실수요자의 귀환…가격 상승 이끈다

정수영 기자I 2015.02.11 06:00:00

85㎡초과 아파트값..2009년 후 첫 상승세
전셋값 6년간 계속 상승
실수요 가구 매수 나서

[이데일리 정수영·김성훈 기자] 회사원 박모(42)씨는 얼마 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전용면적 114㎡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딸 아이와 부부 등 세 식구인 박씨 가족은 원래 전셋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둘러본 결과 전용 114㎡형 아파트 매매값이 전셋값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는 결국 이 아파트를 택했다.

부동산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들의 ‘입질’이 부쩍 늘었다. 이들이 매매시장에 나서면서 최근 끝 모르고 떨어지던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값을 견인하고 있다. 시장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전국 평균 6.51%나 떨어졌던 중대형 아파트의 귀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

◇중대형 아파트값 5년만에 재상승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값은 2.02% 올라 연간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멈췄다. 아직까지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상승률(연 3.4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락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것만도 고무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지역 중대형 아파트값 변동률도 지난해 5년 만에 처음 상승한 1.77%로, 중소형 상승률(2.65%)을 따라가는 양상이다.

특히 개발 호재가 많은 양천구 목동 재건축 추진 예정 아파트나 입주 전후를 맞은 대단지 위주로 중대형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5단지 전용 95㎡의 경우 시세가 지난해 하반기 6억 5000만원에서 현재는 6억 8000만원 정도로 올랐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현재 가격을 지난해 초와 비교해보면 전용면적 84㎡형이 약 7000만원 올랐다면 중대형은 3000만~4000만원 정도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전용면적 90~110㎡ 사이의 중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돌아온 중대형 실수요자…가격 상승 견인

수요가 늘면 아파트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요즘 중대형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데도 실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에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졌는 얘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은 매맷값과 반대로 2009년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2013년에는 12.81%나 올라 그 해 중소형 아 파트 전셋값 상승률(11.86%)을 앞질렀다.

중대형 아파트의 집값 하락 폭이 컸던 것도 주된 이유다. 중대형 아파트는 투자 수요가 많았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집값 흐름을 주도해왔다. 2006년의 경우 1년간 20% 가까이 오를 정도였다. 당시 중소형 아파트 오름 폭이 연 13% 안팍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떨어진 이후 2009년 재상승하는 듯했지만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바뀐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중대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준 것도 한몫했다. 올해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 2065가구다. 지난해는 2만 522가구로 1991년(2만 4746가구) 이후 가장 적었다. 공급 물량이 많지 않으면서 중대형 미분양도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중대형 미분양은 1만 3395가구로 전년 동월(2만4102가구) 대비 44.4% 줄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최근 몇년 간 이어진 중대형 물량의 희귀 현상으로 전셋값뿐 아니라 매맷값도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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