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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메이플라워호 맞이하자⑥·끝] "거주 외국인 500만 시대..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김상윤 기자I 2014.10.15 06:00:00

이데일리 창간 14주년 특별 좌담회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2030년이면 외국인 500만 명 시대가 다가온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갖추는 게 시급하다.”

창간 14주년을 맞은 이데일리가 저출산·초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大) 제언으로 제시한 ‘K-메이플라워호 맞이하자’ 기획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이민 정책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14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 본사 2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 김창석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원장,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서은숙 동국대 이주다문화통합연구소장,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이민통합과장(가나다 순) 등 이민정책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좌담회를 통해 “컨트롤타워를 통해 현재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외국인 정책을 통합하고 총괄할 수 있어야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며 “단순 노동인력 중심에서 전문인력 중심의 이민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체류외국인 현실은 어떠한가.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이하 김 대표)=현재 외국인 체류자가 157만 명이다. 광주광역시 인구수 148만 명보다 많다. 외국인 체류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의 저출산과 관련이 있다. 현재 저출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300년에 남한인구가 5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체류자가 채워나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대한민국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게 관건이다.

△서은숙 동국대 이주다문화통합연구소장(이하 서 소장)=한국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을 대할 수 있는 공통된 철학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들을 한국 문화에 동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들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며 어울리게 할 것인가. 동화주의도 아니고 다문화주의도 아닌 절충주의가 한국적인 다문화 통합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이하 곽 원장)=장기 체류자 중에 절반 정도가 조선족이지만, 이들이 다른 외국인에 비해 소외된 측면이 없지 않다. 기존 다문화 정책이 아시아계 결혼이주민 가족을 위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다문화 정책이 아닌 재외국인 전체를 위한 이민정책이 필요할 때다.

-사실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이민통합과장(이하 차 과장)=외국인 배우자와 한국 사람 사이에 태어난 한국인을 다문화가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통계에서도 이를 잘못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명백히 한국인이다. 당연히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다문화 가족이라는 틀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차별을 키울 우려가 있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저도 개인적으로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고 한다. 이주민과 이민자에 대한 용어도 쓰임이 다르다. 이민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지만, 이주는 국제 이동을 통칭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점으로 고민할 것은 ‘이민정책’이지 ‘이주정책’이 아니다.

-용어만큼 정부 업무도 중복되고 혼란도 많다.

△김창석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원장(이하 김 부원장)=외국인은 크게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정부는 외국인 대상 별로 각 부처마다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구조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정책은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교육은 교육부에서, 외국 인력 정책은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인 주민 정책은 안전행정부에서 각각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이 정책들이 중복되고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련 법률도 여기저기 중구난방이라 단일화된 법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만약 때를 놓치면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이민자 폭동이 발생하는 것처럼 우리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 교수=그간 정치논리로 이민정책이 흘러 온 탓이 크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외국인 관련 공약을 너무 쉽게 던진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면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이민문제는 환경문제와 같아서 효과가 당장 드러나기보다는 수십 년이 지나야 나타난다.

-‘단순노동자’ 인력보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차 과장=국내 대다수 전문인력은 2년에서 2년4개월 정도만 머문다. 정책 방향을 바꿀 때가 왔다. 한 예로 외국인 부모 초청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결혼이민자에 초점이 맞춰 있다.

전문 인력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선진국 사례를 따르려면 우수한 인력을 위한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역사적 특성상 결혼이민자를 위한 제도 위주로 정책이 마련돼 있는 게 현실이다.

△서 소장=이주민 중 대부분은 결혼이민자 또는 노동자다. 교수 연구자 및 유학생 등 고급 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뉴질랜드는 외국인이 유학을 가서 대학을 나오면 영주권 신청 자격을 준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 교수=‘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서로 우수 전문 인력을 유치하려고 난리다. 우리나라도 기업에서 어떤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농업에서도 어떤 기술을 갖춘 노동인력이 필요한지 등 집중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민자 관리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크다.

△김 대표=초창기에 3D업종에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들이 오래 있다 보니 불법체류자가 됐다.

‘현대판 노예’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기업들이 불법을 저지르다 보니 연수취업자제도가 생기면서 체류기간이 늘었다. 그 이후 고용허가제도 만들어 병행했고 점점 체류 기간이 늘어났다.

오래 살다 보니 자녀가 생기고 이들은 또 불법체류자가 되는 신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합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게 실정이다.

△김 부원장=단기순환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기준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늦지 않았으니까 되돌려야 한다.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단기체류자의 장기 체류를 허용한 나라가 없다.

오히려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기업에 취업하고 동화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이 10만 명인데 이를 100만 명까지 늘려나가야 한다.

△김 교수=이민 관리는 엄격해야 한다. 철저하게 국익을 기준으로 운영돼야 한다. 다만 국내 영주권을 얻은 이민자에게는 우리나라 국민과 똑같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민자의 여성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 한참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불거졌었는데, 결혼 이민자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결국 ‘콘트롤 타워’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김 부원장=빠른 시일 내에 컨트롤타워인 이민청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시에 10여 개의 외국인 관련 법을 통합해 법체계를 단일화해서 이민정책을 ‘백년지대계’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다.

△김 대표=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점 공감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는 외국인정책위원회(간사 법무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고용노동부),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여성가족부) 등 위원회가 3개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는 간사 부처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업무가 중복되고 연간 한두 차례 정도 회의가 열릴 뿐이다. 유명무실하다. 이를 통합하고 실무추진 위원회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사권 및 예산권을 주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제대로 된 이민정책이 나올 수 있다.

△김 교수=이민청이 당장 만들어지기 어렵다면 과도기적인 대책이라도 당장 필요하다. 조직부터 실효성을 갖추도록 개선해야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차 과장=이민청이라는 조직이 신설되면 총괄기능이 강화된다. 그만큼 외국인관리 정책을 통합적,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민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나라를 완전 이민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민청이 첫 단계라면 이민법은 그 이후 단계다.

-마지막으로 이민정책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김 대표=한국사회가 다문화 사회를 넘어 이민사회로 가기 위한 가장 핵심은 한국인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외국인 차별금지법을 만들거나 캠페인을 통해서 외국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사회통합을 거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혼이주민 자녀를 ‘화약고’, ‘시한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곽 원장=외국인 문제는 철저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와서 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는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우린 경제적 이유로 그들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외국인을 받아들이면서 다문화 정책만 강조하다 보니 편협된 정책만 나올 수밖에 없었다.

탈북자 문제도 경제적으로 본다면 당당하게 포용해야 하는 인력이다. 당장 이민청을 만들 수 없다면, 최대한 현재의 위원회를 효율화시켜서 당장 이런 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차 과장=과거에 이민자를 받아들일 때 다문화주의, 동화주의 등 이분법으로 정책을 마련해서 상당한 장애요인이 있었다. 외국사례를 봐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과거에는 외국인 복지에 집중을 했다면 이제는 우수 인재 유치 차원에서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 외국인 범죄율을 아직 낮은 편이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률은 높은 편이다. 사회안정 및 국익을 위한 방식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김 부원장=단기 순환 근로자를 위한 원칙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10년 이상 머물고 있는데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게 말이 안된다. 외국 어디서도 장기 체류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단순 근로자보다는 우수 인력 유치 쪽으로 준비해야 한다.

△김 교수=한국사람이 미국에 이민 가서 30여년을 살아도 한국에 오고 싶어한다. 반면 우리는 한국에 외국인들이 오면 한국사람처럼 살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는 초국적으로 이주가 이뤄지고 있고, 각 나라의 정치 외교 관계 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서 소장=메이플라워호가 1620년에 미국에 상륙했다. 394년이 흘렀는데도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이민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외국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 만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한국적 통합 철학이 만들어져야 한다.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민정책을 좀 더 세분화해서 전문가들이 영역별로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간다면 의미 있는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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