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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로 몰려온 700만 개미…손실에 한숨만

이지현 기자I 2022.04.20 05:33:00

[3천피 그 후 개미는]
최근 2년간 투자자 3명 중 2명은 20~40대
수익률 마이너스…안정적 투자 가이드 必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44세 직장인 오지훈 씨는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상승장에 생애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다. 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1000만원의 수익을 얻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오씨는 ‘좁쌀 백 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번 구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빚을 내 본격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수익 기대와 달리 손실이 나기 시작했고, 더 큰 돈을 빌려 넣다 보니 빚은 3억원 가까이 늘었다. 뒤늦게 아내에게 이 같은 상황을 털어놨다가 이혼 위기까지 이르렀고, 지금은 비자발적으로 주식을 끊은 상태다. 오씨는 “자꾸 손실이 나니 조바심이 나서 인버스, 곱버스를 탔고 결국 손실만 커지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 762만명이 증시로 유입됐다. 이 중 500만명이 20~40대다. 상승장이 이어진다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코스피가 2600~2700선 횡보를 장기화하고 있어 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에 실망한 이들이 영영 시장에서 떠나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년차 개미 3명 중 2명 20~40대 수익률 마이너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137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주민등록 기준 인구가 5163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4명 중 1명(26.6%) 이상이 주식 투자를 하는 셈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증시 투자 비중이 전 국민 중 10%도 안 됐지만, 2019년 11.80%, 2020년 17.57%로 급증했다.

특히 신규 유입 개인투자자는 최근 2년간 200만명씩 늘었다. 2017년 11만명, 2018년과 2019년 평균 55만명 정도 늘던 것이 2020년 299만명, 2021년 463만명 늘었다. 신규 투자자를 연령별로 보면 20~40대가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늘어난 신규투자자 762만명 중 20~40대는 503만명(66.07%)에 달한다. 최근 2년간 증시로 유입된 투자자 3명 중 2명은 20~40대라는 얘기다.

이들의 투자수익률은 어떨까? 이데일리가 2개 증권사에 의뢰해 지난해 연령별 투자수익률을 확인한 결과 A증권사에서는 △20대 -1.04% △40대 -0.59% △30대 0.29%로 집계됐다. B증권사에서도 △20대 -0.82% △40대 -0.8% △30대 -0.67%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자를 시작한 신규고객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았다. 연령과 성별로 세분화해 보면 △40대 남성 -2.5%, 여성 -1.98% △30대 남성 -1.73%, 여성 -1.28% △20대 남성 -1.4%, 여성 -0.95% 등이다. 증시에 뛰어들었다가 손실만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동학 개미운동과 함께 주가가 좋았지만, 7월부터 증시가 안 좋아지면서 다들 힘들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LG엔솔 효과…더 짙어진 먹구름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월 기업공개(IPO) 초대어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상장하며 더 많은 이들이 증시로 신규 유입됐다. LG엔솔 청약참가자만 474만명에 이른다. 청약증거금 규모는 114조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CMA 계좌에 있는 돈의 30% 정도만 공모주 청약자금으로 이동했지만, 최근엔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시장 유동성이 모두 블랙홀처럼 IPO 시장으로 몰려가 예측불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IPO 공모주 청약에 증거금으로 활용하려고 대출을 받는 일이 쉬워지면서 ‘빚투’(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에 대한 위험 인식도 무뎌지고 있다. 레버리지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투자 전문가들도 빚투 현상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하락장에서 빚투는 위험 요소”라며 “증시에 실망해 외면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증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아예 시장을 떠났다. 이들의 증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년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세대를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경험과 역량 부족을 일부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본인의 투자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투자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직접투자 보다 주식투자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거나 전문가의 자문을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인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 위원은 “주식투자의 특성과 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직접투자 역량을 키우는 한편, 본인의 투자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대안적 투자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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