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부동산 실패 놓고 대선 주자 '네 탓' 공방, 볼썽 사납다

논설 위원I 2021.05.13 06:00:00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놓고 여권 대선 주자들이 벌이는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통령이 강조하신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등의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 있음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자 정세균 전 총리는 그제 “지자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지사의 측근 의원이 “청년들의 내집마련 꿈이 사라진 것은 독선적이고 무능한 정책이 누적된 탓”이라고 지적하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측도 발끈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할 주거권을 명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빅3간 ‘네 탓’ 공방전의 배경은 뻔하다. 문 대통령이 최근 “정신이 번쩍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하자 지지층 확보를 겨냥한 당내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책임 공방을 떠나 이들이 잘못된 정책 때문에 망가진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국민이 목말라하는 것을 정확히 짚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택 공급을 틀어막고, 수요자를 투기꾼 취급한 것도 모자라 돈줄까지 조인 문재인 정부의 규제종합세트가 부동산 대란의 큰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치는 뜬금없는 책임 공방보다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을 의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전·월셋값 급등을 부른 임대차3법과 공공 위주 주택 공급 등 시장 혼란을 초래한 정책들의 재검토가 더 우선돼야 한다. 송영길 신임 민주당 대표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완화, 종부세 완화 등 민생과 직결된 정책 수정에 목소리를 높인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4·7 재보선 참패에 놀란 여당이 개선을 약속해 놓고도 달라진 것이 없어 국민은 당장 6월부터 주택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패를 인정했지만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빅3의 부동산 정치가 추구해야 할 목표와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국민이 바라는 대선 주자는 비틀린 시장을 정상화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할 정책 비전으로 승부하는 지도자일 뿐 말싸움과 포퓰리즘에 매달리는 이들은 아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