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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애인 건강권법' 4년의 성과

함정선 기자I 2021.04.23 05:55:00
[보건복지부 제1차관 양성일] 누구든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런데, 아프더라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척수가 손상돼 중증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A씨는 병원 가는 길이 천 리 길이었다. 혼자서는 집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를 만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18년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보건소와 경남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관리 대상자로 등록돼 장애발생 28년 만에 건강 서비스를 받게 됐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건강 상황은 전체 국민에 비해 열악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14%로, 전체 국민이 응답한 32%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장애인은 전체 국민 유병률의 2배가 넘는 77%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건강검진 수검률 또한 전체 국민에 비해 13%포인트 낮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 격차가 큰 상황이다.

장애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자신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거나, 의료진의 문진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꾸준히 확인해야 하며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의료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1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장애인이 보다 쉽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장애친화 건강검진 기관’을 확충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만성질환 관리와 방문 진료를 제공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재활전문병원인 ‘권역재활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특히, 살고 있는 곳에 어린이 재활치료 기관이 부족해 수도권으로 이동해 치료받는 ‘어린이 재활난민’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애 어린이를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도 건립하고 있다.

장애인의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에 대한 건강 증진 사업도 진행 중이다. ‘치주 질환’이 장애인 다빈도질환 1위인 만큼 구강 건강 관리를 위해 권역별로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임신·출산 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올해부터는 여성 질환 관리를 위해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장애인의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 ‘장애인 건강보건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로 지정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통합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전국 보건소에서 지역사회의 의료 자원을 연계·제공하는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 건강권법’ 시행 4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 장애인 건강 사업 예산은 375억원으로 시행 초기인 2017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장애인 건강 정책은 기본적인 정책 틀을 만들어가는 데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수요자 중심의 건강 서비스를 개발하고, 물리적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서비스를 확충해나가야 할 때이다. 장애인 건강 분야가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장애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도 노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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