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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김경수·은수미의 '억울함', 그리고 정치인의 '자기관리'

이승현 기자I 2018.05.17 05:00:00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김모씨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 사람으로 유명하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지면서 초선의원임에도 경남도지사 후보로 차출됐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은수미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기 위해 당시 야당들이 벌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 무려 10시간 18분이나 연설을 해 일약 스타가 된 정치인이다. 이후 20대 총선에선 낙선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했고, 6.13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떠오르는 샛별로 승승장구하던 두 정치인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혹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배후로 찍히면서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고, 은 전 의원은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1년간 운전기사와 차량을 무상으로 지원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이 실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는지는 향후 사법당국의 수사로 밝혀질 일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김 전 의원은 ‘드루킹’ 김동원씨에 대해 열성적인 문재인 지지자 중 한사람으로 자발적으로 선거 기간에 도움을 준다고 해 몇번 만나고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은 전 의원은 총선 낙선 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힘든 지역에서 지역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차량 봉사를 해 줬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A씨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해명을 들으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선거를 돕겠다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 운전을 못하는 정치인이 차량 봉사를 받는 것이 큰 범죄는 아니다. 좀더 나가 여당과 이들이 억울해 하는 대로 선거철을 맞아 여당과 유력 후보들을 공격하려는 일종의 ‘작전세력’에게 당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만약 김 전 의원과 은 전 의원이 유력 대통령 후보의 측근이거나 전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었더라도 그런 호의를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일반인이 이런 호의와 혜택을 받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이렇게 호의를 베푼다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의심부터 하는 게 일반인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들에겐 당연히 호의와 봉사를 받아도 된다는 ‘특권의식’이 자신들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일반인의 상식과 다른 이들의 상식이 이들에겐 ‘빈틈’이 됐다. 이들의 주장대로 ‘드루킹’이나 조폭기업가가 작전세력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이런 ‘빈틈’이 없었더라면, 다시 말해 자기 관리에 좀 더 철저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보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앞으로 앞날이 창창한 김경수·은수미 두 전직 의원에게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새뮤얼슨의 말을 전한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차량 유지비 등을 지원받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성남시장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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