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뀌자 소공인 외면한 김포시…지원사업 물거품

이종일 기자I 2023.08.17 06:00:00

김병수 김포시장, 소공인지원센터 구축 철회
민선7기 때부터 추진했으나 3년만에 무산시켜
국·도비 32억여원 도로 반납…지원 축소 우려
유매희 시의원 "전 시장 치적 지우기 의구심"

[김포=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민선 8기 김병수 경기 김포시장이 소공인복합지원센터 구축사업을 철회하면서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공인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전임 시장 때부터 추진했던 이 사업이 3년 만에 물거품이 되자 지역에서는 김 시장의 정치적 견제로 소공인 지원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포시 소공인복합지원센터(파란색 동그라미 안의 건물 1층과 4층) 조감도.
16일 김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경기도와 했던 소공인복합지원센터 구축 협약을 철회한다고 최근 중기부 등에 통보했다.

협약 해지로 시는 기존 지원받은 국비 25억원과 도비 7억5000만원을 반납해야 한다. 또 시의 건물 리모델링비 7억원, 임차료 2억원(작년 6월부터 현재까지) 집행이 모두 혈세 낭비로 전락하고 소공인 지원사업은 퇴행했다. 센터 구축을 위해 통진읍·대곶면·월곶면을 소공인 집적지구로 지정한 것도 무용지물이 됐다.

애초 이 사업은 민선 7기 정하영 전 시장이 제조업 소공인 2600여곳이 몰려 있는 통진·대곶·월곶을 집적지구로 지정하고 지원센터를 통해 첨단장비 제공 등을 하려는 목적으로 2020년부터 추진했다. 상시 근로자 10명 미만의 소규모 업체인 소공인은 영세한 여건에 있다.

시는 기업의 영세성, 설비 노후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공인에게 첨단장비, 제품 개발, 전시·판매, 마케팅 등을 일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이에 2021년 5월 중기부의 소공인복합지원센터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도비 32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예산은 첨단장비 구입을 위한 것인데 집행하지 않았다.

시는 공모 선정 이후 통진읍의 지상 4층짜리 건물의 1층, 4층 공간을 임차해 리모델링했다. 건물 1층(330㎡)은 장비운용실로 쓰고 4층(270㎡)은 공동작업장, 전시·판매실, 세미나실, 창업지원실로 꾸미려고 했다. 장비운용실에는 소공인이 자금 부족으로 사지 못한 고가의 비접촉식 3차원 측정기, 3D스캐너, 와이어 커팅기 등을 설치해 제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시장의 사업 철회로 소공인의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하영 전 시장 때 센터 구축에 적극적이었던 김포시는 김 시장 취임 뒤 재정 악화 우려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센터는 지난해 12월 개소 예정이었으나 김포시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물건너갔다.

시는 장비 구입비(국·도비 32억여원+시비 17억여원) 외에 10년간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로 17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재정 부담, 기술매니저 채용 어려움 등으로 사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가 언급한 175억원은 인건비·운영비, 사업비를 각각 매년 5%, 20%씩 인상해 반영한 것이어서 과도한 추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소공인측은 “지원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첨단장비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사업이 철회돼 안타깝다”며 “경기 상황이 어려운데 영세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유매희 민주당 김포시의원은 “김포시의 사업 철회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소공인을 위해 국·도비를 받아놓고 반납하는 것은 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 시장의 치적 지우기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시장이 바뀌어도 소공인을 위해 정책 추진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포시는 “정하영 전 시장의 치적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다”며 “사업비 투입 대비 효율이 낮다고 판단해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것이다. 시 재정 상태가 어려워져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센터 운영에 필요한 10년치 175억원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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