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자24시]재탕·삼탕 국정감사… 올해도 이러십니까

이정현 기자I 2020.10.11 08:00:00

기시감 가득한 국감 자료, 매해 반복되는 이유는
안일한 국회, 버티는 부처가 만든 합작품
21대 첫 국감 26일까지… 책임 있는 감사 기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 7일 시작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300개의 의원실에서는 일제히 감사 관련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 의원실에서 하루에 적게는 하나, 많게는 네다섯 개를 보내니 수백 개의 관련 자료가 금방 쌓입니다. 이를 정리해 소위 ‘기삿감’을 찾아내는 게 꽤 벅찰 정도입니다.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자료도 꽤 많습니다. 왜일까요.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을 조사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발전방향을 제안하는 등 입법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의정 활동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이전 국정감사에서 등장했던 지적사항을 시점만 갱신해 재배포되는 것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구태 중 하나인데 21대 국회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가 재정과 조세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는 세금 탈루입니다. 올해도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자료를 쏟아냈습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종부세 내는 미성년자’의 경우 지난해에는 같은 당의 심기준 전 의원이 이미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2016년 국감 때는 박주현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조사해 알렸네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마약사범 급증 자료는 지난해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했던 내용과 유사합니다. 사실 마약사범이 증가한다는 내용은 거의 매해 등장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사례 외에도 국정감사 자료가 재탕 혹은 삼탕·사탕 되는 경우는 흔합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이미 지적된 내용을 가져와 업데이트만 한다며 지적하기도 합니다. 안일하게 국정감사를 준비한다는 것인데 마냥 비판할 순 없습니다. 매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가 1년이 지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거든요. 과거의 국감 아이템을 업데이트한다고 해도 현재 시점에 유효하지 않으면 ‘킬’되는 게 정상입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각 상임위는 지적된 내용을 바탕으로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합니다. 결과보고서는 본회의에 상정돼 징계 및 제도개선, 예산조정 등 시정을 요구할 내용을 채택해 요구하게 됩니다.

해당기관은 이를 통해 요구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국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 변하는 건 많지 않다고 합니다. 국정감사 때의 질책만 잘 버티면 또다시 1년간 버틸 수 있다는 것이겠죠. 심심찮게 국감무용론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국정감사는 헌법이 보장한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국회의 중요 기능입니다. 제도자체로 비대해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데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 권력인 사법부에 대한 감시 기능도 있습니다. 매해 맹탕 혹은 재탕 국감이라고 지적되나 존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년 국정감사에는 올해 본 자료와 재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 이슈성이거나 혹은 각 정파의 이념에 치우친 내용도 사양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의 책임 있는 자세와 각 피감기관의 시정 의지가 중요합니다. 21대 첫 국정감사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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