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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솔의 전자사전] '누가 더 높이 쌓나'…128단 낸드플래시

배진솔 기자I 2020.06.27 06:00:00

낸드플래시 반도체, '수직적층'이 핵심
200단까지 쌓으려면…안정적 '에칭 공정' 필요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약 3년 전,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었습니다. 123층이면 엘리베이터 속도는 얼마일까, 외벽 유리창 청소는 어떻게 할까,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서울이 다 보일까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는데요. 롯데월드타워처럼 고개를 꺾어 쳐다보지 않아도 되지만 쌓고 쌓아 128층까지 쌓아올린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128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앞으로 200단 이상의 차세대 낸드플래시도 기대됩니다. 오늘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는 128단 낸드플래시, 왜 이렇게 쌓는 것일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낸드플래시, ‘수직적층’이 핵심…전력효율성과 원가절감 등

요즘 ‘삼성전자가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 ‘중국도 128단 낸드 개발한다’, ‘낸드는 128단이 수익성에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등의 기사가 많이 보입니다.

낸드플래시는 이제 위로 쌓는 ‘수직 적층’이 핵심인데요. 기존 반도체가 1층짜리 주택이라면 128단 낸드플래시는 128층짜리 아파트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웃집을 방문할 때 주택에서 주택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르듯 낸드플래시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로 쌓을수록 더 적은 전력으로 빠른 동작 속도와 긴 수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아파트처럼 낸드플래시도 수직으로 쌓았더니 더 많은 셀을 저장할 수 있어 원가절감에도 유리합니다.

기존 평면형 구조에서 벗어나니 3차원의 원통형 적층으로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셀을 구성하는 채널도 게이트에 의해 한 손으로 쥐어 싸듯 감싸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를 GAA(Gate-All-Around)구조라고 하는데요. 게이트에 전압을 가하면 게이트와 맞닿아 있는 채널이 전기의 길을 열고 반대의 경우 전류를 차단합니다.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성능은 여기서 결정됩니다. 게이트와 채널에서 전류가 왔다갔다할 때 누설되는 전류의 양이 적을수록 전력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자료=SK하이닉스 뉴스룸)
◇더 쌓으려면…에칭 공정이 안정적이어야

128단에서 1단은 전류가 흐르는 도체와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를 한 쌍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입니다. 그다음 위에서 아래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옆벽부터 순차적으로 셀을 구성하는 물질로 발라 메웁니다.

그렇게 해서 32단, 48단, 72단…128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가 만들어진 것이죠. 여기서 단수가 8의 배수인 이유는 용량이 바이트(Byte)단위로 1 Byte는 8bit 이기 때문에 8의 배수로 하나의 셀을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200단까지 쌓는 데 문제는 없을까요? 반도체 소자를 원하는 만큼 높이 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과정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릅니다. 먼저 적층 수를 증가시키려면 동일한 크기로 더 깊은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이때 내부에 소자 동작을 위한 반도체 박막을 형성해야 하는데, 깊이가 깊을수록 균일한 박막의 두께와 형태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같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낸드플래시의 적층 수 선정은 기술적으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구멍을 뚫는 공정인 에칭 공정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가입니다. 높이 쌓아올리는 낸드플래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정 요소 기술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1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삼성전자는 128단급인 6세대 V낸드에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공정(1 Etching Step)을 적용, 세 번만 쌓아도 300단 이상의 초고적층 차세대 V낸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300단 이상의 초고적층 낸드플래시도 우리 기술로 만들 날이 올 것입니다.

삼성전자, 6세대(1xx단) V낸드 SSD.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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