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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웃고 우는 이커머스 1위"…아마존처럼 反쿠팡 정서 퍼질까

이윤화 기자I 2020.05.30 05:00:00

지난 3월 美뉴욕 퀸즈 물류창고서 아마존 첫 감염 사례
뒤늦은 대응·부적절한 태도, 아마존 반감 퍼져 갈등 초래
쿠팡도 인력 급격히 늘린 뒤 방역 뚫려 비슷한 양상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과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 일인자로 자리매김한 ‘아마존’과 ‘쿠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혜를 입다가 방역지침 소홀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모습이 닮아 화제가 되고 있다.

아마존과 쿠팡의 물류창고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던 1~2월에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시기 뒤늦게 집단감염으로 번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리 잡은 언택트 소비문화에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마존 전경. (사진=AFP연합뉴스)
◇환기 어려운 물류창고에 노동력 집중…코로나19 비상

아마존에서는 지난 3월 19일 뉴욕 퀸즈 인근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로이터·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아마존 물류창고와 관련 코로나로 숨진 사람은 총 8명이다. 아마존 측이 감염자 수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 내 175개 물류창고에서 최소 90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84만400명이라는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감염 및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내 물류창고 감염자 증가는 임시 인력 증가 시기와 겹친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주를 비롯한 각 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과 주점 등 사업장 폐쇄 명령을 내린 이후 임시직 고용을 확대했고, 같은 달 첫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왔다. 한정된 물류센터 공간에 노동 인력이 급격히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아마존 물류센터는 축구장 26개 규모임에도 직원들이 물건을 옮기거나 포장하고 기계를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손, 어깨 등 신체접촉이 이뤄질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하고 있다.

쿠팡 역시 온라인 배송 급증으로 인력이 부족해 일용직 근로자 비율을 높인 이후 첫 물류센터 감염 사례가 나왔다. 지난 24일 부천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4일 만에 69명으로 늘었고, 28일에는 고양시 물류센터에서까지 확진자가 나왔다. 쿠팡에서 시작된 물류창고 감염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마켓컬리의 장지 상온 물류1센터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현대그린푸드 B2B 물류센터 경인센터까지 확산했다. 모두 쿠팡 부천 물류센터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전파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속출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反아마존·쿠팡 목소리 퍼지자 시스템 마련 뒤늦게 대응 나서

아마존과 쿠팡은 물류창고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에 지역사회와 업계를 중심으로 반감이 퍼지자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아마존 측은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자 수 등에 대해서 투명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5~6월부터는 무급휴가 제도 및 배달 수요 폭증에 대응한 시급 2달러 인상 조치를 중단한다고 밝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매사추세츠 등 13개 주 검찰이 이달 초 코로나 관련 감염자 및 사망자 데이터 공개를 촉구했다. 네덜란드 연기금자산운용(APG) 등 주요 투자자들까지 나서 방역 시스템 안전을 증명하라고 압박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뒤늦게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방역시스템 강화를 공언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채용한 임시직 17만5000명중 70%를 정규적으로 전화할 것을 검토하고, 자체 코로나19 검사 시설 마련과 감염병 테스트 수행을 위한 엔지니어 고용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쿠팡발 물류센터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받았다. 전날(28일) 0시 기준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총 69명이었으나 이후 서울과 인천, 경기에서 추가로 환자가 발생하면서 23일 첫 환자 발생 이후 닷새 만에 최소 9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관련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쿠팡 인천 물류센터에서 40대 계약직 근로자가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에서 고3을 제외한 모든 학교 학생들의 등교가 취소됐다.

인천 부평구 거주민 40대 A씨는 “갑작스럽게 퍼진 코로나 때문에 3일 연차를 내고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쿠팡 덕분에 편한 쇼핑을 해오긴 했지만 이번 집단감염 사태는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뒤늦게 질의응답 형식의 고객 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지만 추가 확산을 막을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초기부터 전국 모든 물류센터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매일 방역을 실시했다”며 “마스크와 장갑, 손 세정제를 충분히 비치하고 모든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쓰고 작업하도록 적극적으로 권했다. 앞으로도 보건당국과 협조해 상황을 대처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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