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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돌돌 말린 까만 단발머리 아래 빨간 외투를 목까지 끌어올린 여인. 그렇다고 대단한 한 방은 찾기 힘든 단순한 구도의 이 여인은 오로지 노화가의 눈과 손에만 담겼다. 1950년대부터 70여년을 인물초상에 매달리며 현대미술의 거장 대열에 우뚝 선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92)다. 그가 화면에 옮긴 여인들은 한때 그의 영감을 자극한 뮤즈기도 했고, 광고 영상에서 ‘필 받은’ 모델이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카츠 스타일’이어야 할 것. ‘진짜 실물과 똑같네!’란 초상화의 충분조건과 거리가 멀고, 얼굴이든 옷이든 영혼을 실은 화룡점정 이런 것도 없는. 그런데 공식에 맞지 않는 그만의 여인들에 세상은 열광한다.
강렬한 잔상 때문이다. 인물의 한 부분을 똑 따와 극대화하는 ‘크롭-클로즈업’ 기법으로 과감하게 생략한 표현과 색감, 대담하게 분할한 화면과 면짜기에 묘한 중독성을 느끼는 거다.
결국 ‘내 맘대로 사조’라면 될 거다. 무심함과 대범함으로 무장한 여인 덕에 ‘활기찬 날’(Brisk Day·1990)을 외칠 수 있으면, 그뿐 아닌가.
10월 13일까지 경기 김포시 모담공원로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서 여는 기획전 ‘자인: 동서양의 근현대 미인도’에서 볼 수 있다. 애쿼틴트. 90.52×73.5㎝. 작가 소장. 코리아나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