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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끄기'식 유증 급증…주가 급락에 개미만 분통

김대웅 기자I 2019.06.24 05:10:00

5~6월 100억 이상 유증 30곳…전년비 3배↑
사업 호조 속 시설확충 아닌 급한 불 끄기 성격
실적악화 속 외부감사 엄격해지며 자본확충 나서
주가 쇼크에 투자자 울상…`유상증자 경계령`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코스닥 시장에 유상증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상장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악재성’ 유증을 실시하면서 주가 쇼크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방산업 침체로 수출이 부진하고 실적이 악화하면서 돈줄이 마른데다 외부감사도 엄격해지면서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이는 최근 코스닥 시장을 위축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100억원 이상의 유증을 결정한 코스닥 기업은 30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1곳에 불과했다. 조달하려는 자금의 규모도 약 6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 규모로 두배 이상 커졌다. 지난 1분기에는 14곳에 그쳤다.

문제는 이같은 대규모 유증이 사업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나 유망한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라기보다 악화한 재무상태 속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유력한 기관의 자금을 끌어오는 3자배정 방식이 아닌 주주배정 또는 일반공모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이달 들어 100억원 이상의 유증을 결정한 11곳 가운데 단 2곳만이 3자배정 방식을 선택했다.

기존 주주나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주가 쇼크가 동반되고 있다. 지난 18일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공시한 네이처셀(007390)은 물량 부담에 23% 넘게 급락해 연중 신저가 수준으로 추락했고, 100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시도한 CMG제약(058820) 에이프로젠제약(003060) 역시 20% 이상 폭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전방산업이 위축되면서 수출 위주인 중견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위주인 코스닥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다 국내 경기 역시 침체되면서 상장기업들의 현금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0% 가량 감소했고, 코스닥 상장사 역시 실적 악화로 현금유입이 27% 가량 줄어든 가운데 부채는 증가했다.

강화된 외감법의 영향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진 영향도 있다.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 상태를 과거보다 한층 더 깐깐하게 평가하면서 재무 안정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커졌고 과도한 부채비율 개선 등을 위해 자본 확충을 시도하는 것이다.

상장사들의 잇따르는 대규모 증자 소식에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대규모 신주가 발행되면 주당 가치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큰 규모의 유증을 결정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할인율이 높은 주주배정 방식의 유증을 실시하는 곳이 많아 이로 인한 주가 쇼크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상증자는 여러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방법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최근 유증이 대폭 늘어난 것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만큼 실적이 나빠지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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