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돌담벽 박고 멈췄는데…” 동덕여대생 사망 당시 보니

강소영 기자I 2023.06.08 05:46:3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학생이 트럭에 치인 뒤 이틀 만에 숨진 가운데 재학생들은 학교 측의 안전불감증을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5일 동덕여대 교내서 언덕길을 내려오던 재학생이 쓰레기 수거 트럭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장면은 사고 현장의 모습. (사진=MBC 뉴스 캡처)
8일 서울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쯤 동덕여대 재학생인 A(21)씨가 교내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 차에 치였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당시 사고를 목격한 재학생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1t 트럭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인문관으로 올라가던 교수와 학생들이 다 피했다”며 “트럭이 돌담벽을 박고 멈췄을 때 양씨가 피를 흘리며 길에 누워 있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고 치료를 받던 중 7일 오후 7시 20분쯤 사망했다.

당시 트럭을 몰던 81세 남성 B씨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현장 주변 CCTV와 해당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확인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교내에서는 A씨의 사망이 학교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라고 비난하는 의견이 일고 있다. 바로 쓰레기 처리장이 학생들이 등하교 시 지나는 언덕 꼭대기에 있기 때문.

이에 대해 학생들은 “2017년 이전부터 쓰레기장 위치를 바꿔 달라고 건의했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사고가 난 지점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동안) 차도와 구분해 인도를 만들어달라고 건의했지만 조치가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A씨의 사고 이후 본관 앞 기둥에는 “학교는 왜 침묵하는가?”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학교의 입장은 어떨까.

동덕여대 관계자는 한 언론에 안전 관련 민원이 있어 왔던 것을 시인하며 “지난해 언덕 한쪽에 계단을 크게 설치하고, 주차 공간을 없애는 등 개선을 해왔지만 상황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더욱 비판하고 있는 상황. 학생들은 “해명하기 급급한 학교의 대처가 실망스럽다”며 “처음 뜬 공지문에는 추모 관련 내용이 없었고 공론화 된 후에야 추모글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추모글에서 학우 사망 시간도 정확히 알지 못해 오후를 오전으로 적었다”며 “사고 후 청소노동자분들에게 리어카를 끌고 쓰레기를 나르라는 학교의 모습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학교 측의 입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총장은 입장문을 끝으로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고 사건 당시 유가족들과 연락도 학교 측이 아닌 학생회가 했다”며 학교 측의 사후 대처 미흡에 대한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학교 측은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A씨의 장례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애도 기간을 가지고 본관 앞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해 학생들과 함께 애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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