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에서 투자와 투기 행위는 연속하여 벌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경기 막바지에 경기를 부양하면 풍부한 유동성이 먼저 금융시장으로 유입돼 가격이 오르는 유동성장세가 벌어진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차익을 노리는 부동자금이 유입되며 거품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시차를 두고 실물시장으로 유입되어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주가상승에 따른 부의효과로 소비수요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기업의 본질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이 장면에서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모호하다.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보기 쉬운 큰 국면은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합리적 투자를 하다가도 이익을 내다보면, 투기적 성향으로 기우는 때문이다. 맹목적 뇌동매매에 휩쓸리다보면 투기와 도박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고 덤벼드는 경향이 있다. 중장기에 있어서는 주식시장에서 이익보다는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은 까닭이다. 예컨대, 2000년 코스닥시장 거품이 극도로 팽창된 상황에서 무슨 영문인지 “경제장관이 코스닥시장이 저평가됐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수차례 반복되었다. 그럴 적마다 개미투자자들이 마구 뛰어들어 시장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활활 타올랐다. 거품이 팽창할수록 붕괴속도도 빨라지기 마련이어서, 어느 순간 코스닥시장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해 전고점의 10분의 1 이하로 추락했다. 정부(?)의 ‘금지된 장난’ 광시곡에 맞춰 레밍처럼 뛰어든 투자자들은 떼 지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언뜻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수익을 낼 것 같지만 결과는 반대가 되기 쉽다.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내릴 때는 더 내릴 것 같은 분위기에서 팔 때와 살 때를 거꾸로 선택하기가 쉬운 까닭이다. 서두르지도 말고 우물쭈물하지도 말아야 하는데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커가는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때나 내재가치 변화를 관찰하는 시각과 매수매도 시점을 냉정하게 선택해야 투자에서 손실은 피하고 나아가 초과수익을 거둘 수 있다. 투자와 투기와 도박을 구분하는 자세는 개인 입장에서는 성공투자의 필요조건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시장균형을 달성하도록 해 국민경제 선순환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반면교사처럼 시장을 이리저리 조율하려는 정책은 국가비상상태가 아니라면 정말이지 ‘금지되어야 할 장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