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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택시·카풀 '대타협' 3개월째인데…

강경래 기자I 2019.06.19 05:00:00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올해 초 ‘카카오 카풀’에 이어 최근 ‘타다’에 이르기까지 모빌리티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그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모빌리티를 꼽는다. 위성항법장치(GPS)와 내비게이션 기술은 승객과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승객과 차량의 빠른 매칭을 가능하게 하고 지도상에 최적의 경로를 만들어 낸다. 구글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자율주행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버는 최근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90조원의 거대 기업이 됐다.

그동안 교통과 물류는 불편함과 비효율이 많았던 영역이다. 이 때문에 모빌리티 소비자들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반겼다. 카카오 카풀의 경우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가입 러시가 이어졌고, 타다 역시 소비자의 호평 속에 올해 안으로 1000대까지 차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변화의 시기에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기존 산업이 몰락하기도 한다. 택시업계가 느끼는 불안감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현 단계에서 카카오 카풀이나 타다가 직접적으로 택시 수입 감소를 유발했다고 볼 수는 없다. 출퇴근 러시아워나 심야시간에 어차피 택시를 잡지 못하던 승객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 양도 국내 전체 택시 운행 수에 비하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업계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닥칠 미래다. 우버와 같은 본격적인 차량호출(라이드 헤일링)이 허용되고 자율주행택시가 다니게 되면, 택시회사의 기업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이고 택시기사의 일자리 역시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모빌리티 혁신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우리나라만 막는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새로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기존 산업의 몰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특히 일자리나 생계와 관련된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 택시기사들은 수입이 많지 않고 근로조건도 열악하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사회안전망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서비스로 이익을 얻는 기업이 있다면, 이익의 일부를 환원해 기존산업 종사자를 위해 사용하는 방안도 폭넓게 고려할 수 있다.

올해 초 카카오 카풀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 주선으로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발족했고 수차례 논의 끝에 참여자 모두가 서명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카풀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제시했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 △법인택시 기사 월급제 △초고령 개인택시 감차 등이 그 내용이다. 양측 모두 원하던 바에서 한 발씩 양보해 어렵게 만들어낸 합의였다. 사회적 갈등 해소는 물론 국내 실정에 맞는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주목도 받았다.

그러나 합의문이 발표된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플랫폼 택시는 합의를 실행하기 위한 후속 법령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합의 자체가 생색내기용 공염불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5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통장관회의가 열렸다. OECD 주요 국가들은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모빌리티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관찰된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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