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동산 큰손들 '종부세' 부담 '관리신탁'으로 피한다

김기덕 기자I 2019.05.23 06:30:00

관리신탁 자산 17개월째 증가
종부세 부담 줄이려 관리신탁 맡기는 경우 많아져

부동산신탁 중 관리신탁 자산규모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고액 부동산 자산가 A씨는 강남에 상업용 빌딩 건물과 아파트 3채를 보유 중이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율이 크게 올라 고민 중이던 A씨는 최근 은행에서 세무 상담을 받고 보유 부동산 중 하나를 관리신탁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실질 소유주는 A씨지만 형식상 신탁할 부동산 명의를 은행에 이전하면 해당 부동산은 종부세 합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신탁수수료가 연간 0.5% 가량 발생하지만 이보다는 세금 감면 효과가 훨씬 컸다.

.3주택자인 B씨는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제외하고 한 주택은 전세를, 아내와 공동명의로 있는 나머지 중소형 아파트는 외국인에게 렌트(임대)를 주고 월세 수입을 올리고 있다. 다만 사전에 공인중개업소에 월세 조건으로 거주자의 주소 이전은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다. 월세 소득 노출을 막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대출 등이 꽉 막히자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각종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집을 팔기도 그렇다고 추가 매수도 어려운 부동산 보유자들이 많아지면서 ‘투자 수익=세금 절감’이라는 공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 합산 배제되는 관리신탁 규모 ‘껑충’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 통계포털사이트인 프리시스에 따르면 올 2월 말 현재 부동산신탁 자산은 255조6984억원이다. 이 중 관리신탁에 해당하는 자산 규모는 7조8405억원으로 17개월 연속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2017년 10월 5조9822억이던 관리신탁 자산은 지난해 4월 7조원을 돌파한 이후 10개월여 만에 8000억원이 증가했다.



관리신탁은 크게 은행이나 증권사, 일부 중소형 신탁사들이 취급하는 갑종관리신탁과 을종관리신탁으로 나뉜다. 이는 부동산 소유자가 신탁계약을 통해 본인 소유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 등에 대한 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부동산 실소유주인 위탁자가 신탁회사에 소유권 뿐 아니라 임대차, 세무, 법무관리, 유지보수, 운용수익 등 일체의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갑종관리신탁이라고 한다. 단순히 보존목적의 관리를 위탁하는 것을 을종관리신탁이라고 한다.

관리신탁은 보통 상업용 건물 등을 보유한 부동산 소유주들이 외국으로 장기간 이민을 가거나, 법인이 다수의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사용됐다. 다만 최근에는 관리신탁 재산이 종부세 합산 과세에서 배제된다는 이점에 고가 주택 등을 신탁재산으로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은행권 PB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세부담 상한(3주택자 이상 전년도 납부세액 최대 300%)과 종부세율 인상(0.6~3.2%) 영향으로 이미 부동산 부자들 사이에서는 관리신탁에 대한 입소문이 나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위는 일종의 편법이지만 사실상 법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실질 소유가 바뀌지 않지만 형식상으로 신탁회사가 일정 수수료(연간 0.5% 내외)를 받으며 형식상 명의가 바뀌기 때문이다. 더욱이 규제지역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역시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관리신탁은 개발 신탁에 비해 수수료도 낮고 이익이 크지 않지만 최근 1~2년 새 부동산 시장이 급상승하면서 이를 찾는 소유주가 많아졌다”며 “다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 등에서 공격적으로 영업 마케팅은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임대소득 신고안하는 불법도… “부동산 장기 침체시 타격”

세금 회피를 위해 임대소득을 노출하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적지 않게 발생한다. 월세 소득이 발생하는 부동산 소유주가 임차인의 주소지를 이전시키지 않고, 주민등록정보상 본인이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하는 일종의 불법이다. 지난해까지는 비과세였던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도 올해부터는 15.4%(지방소득세 포함)를 분리과세되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용산구 S공인 관계자는 “여러 주택을 소유한 부부 중 1명이 임대를 주는 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은 일은 외국인 렌트가 많은 동네에서 비일비재하다”며 “공무원이 실제 해당 집을 일일이 방문해 확인하지 않는 이상 단속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중에서는 직접 부동산 법인을 설립하거나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주택을 처분할 경우 높은 세율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를 내거나, 한도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대신 사업자 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실제 통계청에 다르면 올 1분기 부동산 법인은 3151개가 설립, 지난해 4분기(2161개)에 비해 990개가 늘었다.

조중식 가현택스 세무사는 “규제와 법망을 교묘히 피해 대출을 늘리고 세금을 아끼려는 고액 부동산 자산가들 편법이 늘고 있지만 법인 설립에 따른 급여나 배당 등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미리 세부담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며 “대출이 가능해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로 저지른 행동이 불법이 될 수 있고,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시 재산상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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