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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12월 결산 법인(코스피·코스닥·코넥스·기타법인)의 ‘2018사업연도 사업보고서’ 2829건을 주요 키워드 별로 분석해 나온 결과다. 기업들은 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된 배경이나, 경영환경의 대내·외 불확실성을 설명하면서 이 단어들을 사용했다.
어느 해보다 최저임금, 52시간 근무 등 정부 정책의 언급 횟수가 많았던 점이 눈에 띈다. 2017사업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무 언급 횟수는 각각 210회, 33회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이나 대북 리스크와 같은 대외 변수보다, 정부 정책 등 대내 변수를 경영 환경이 악화된 주된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대부분 한 해전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이 쪼그라든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언급했다. 특히 식료품과 의복업 등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정책 리스크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식품업체인 풀무원(017810)은 “최저임금이 약 16% 상승하면서 인력구조 재편, 생산·물류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자동화로 대응했지만, 일부 비용 증가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전년대비 23.7% 감소했다. 면사 제조사인 대한방직(001070)은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올해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134억원의 영업손실(연결 기준)로 전년(-99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16.4%)에 이어 올해(10.9%)도 두 자릿수대 인상률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오르는 최저임금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는 오는 7월1일부터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금융투자업계에 전면 도입되고, 내년부터는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이 예정돼 기업경영을 더욱 힘들게 할 전망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지면서 대·중소기업 대부분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며 “52시간 근무 등의 확대 시행으로 정부 정책 리스크에 노출되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