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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내리고 서울에 다 건다…케이옥션 85억원 첫 경매는?

오현주 기자I 2017.02.20 00:30:01

22일 케이옥션 올해 첫 메이저경매
홍콩경매 없애고 서울서 6회까지 늘려
단색화 넘어 국내시장 활성화 기대
국보급 최초대장경 '유가사지론' 출품
김환기 서정추상 18억원 최고가 전망

단원 김홍도 전칭작 ‘금강사군첩’ 중 ‘해금강 후면’. 44세의 김홍도가 1788년 조선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순방하고 절경을 담아낸 ‘해산첩’을 바탕으로 제작해 원형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금강사군첩’은 ‘해금강 후면’ 외에 ‘대호정’ ‘시중대’ 등 3폭으로 구성됐다. 케이옥션이 오는 22일 여는 올해 첫 메이저경매에 추정가 1억 2000만∼3억원에 나왔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형산맥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지난해 거래한 미술품 총액은 1582억원이었다. 서울옥션이 872억원, 케이옥션이 7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경매시장의 92%를 휩쓸었다. 다만 2015년 1749억원(서울옥션 1071억원, 케이옥션 678억원)에 비해선 다소 주춤한 모양새였다. 이 같은 결과에는 홍콩경매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2015년 홍콩경매에서 얻은 낙찰총액은 945억원에 달했지만 2016년에는 47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0%정도에 그쳤던 거다. 미술계는 2015년에 격하게 불었던 단색화 열풍이 지난해를 거치며 진정 국면에 들어선 때문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하지만 결과를 뒤집어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굳이 단색화에만 목을 매지 않는 다양성으로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케이옥션이 먼저 승부수를 띄웠다. 홍콩에서 진행하던 경매를 접고 국내경매에 ‘올인’하기로 한 것이다. 1년에 2차례 이상 홍콩서 벌이던 판을 서울로 온전히 가져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1년에 4차례씩 열던 케이옥션의 서울 메이저경매는 6차례로 늘어난다. 그 첫 메이저경매를 오는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연다.

▲홍콩에선 프리뷰만…서울 6회까지 늘려

케이옥션이 홍콩에 진출한 것은 2008년. 외국회사와 연합경매를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단독경매는 2015년부터였다. 그러던 케이옥션이 홍콩 대신 국내에 집중하는 체제를 정비한 건 지난해 말부터 예고됐다.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경매를 하는 대신 프리뷰전시를 진행하면서부터다. 그 다음 달 서울에서 치를 겨울 메이저경매에 출품할 작품을 홍콩 컬렉터에게 미리 선보이는 형태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케이옥션은 올해 열 경매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케이옥션의 올해 국내 메이저경매는 이에 따라 오는 22일의 2월 경매부터 4월, 6월, 8월, 10월, 12월까지 6회를 개최한다. 또 홍콩에서 진행할 프리뷰는 4월, 6월, 10월, 12월 4차례. 모두 서울 메이저경매를 앞둔 시점이면서 아트바젤·소더비 등 홍콩에서 여는 대형경매에 큰손 컬렉터가 대거 몰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케이옥션 홍보팀의 손이천 실장은 “홍콩경매를 접은 것은 손익을 따진 비용문제라기보다 경매집중도를 가장 크게 고려한 사항”이었다며 “케이옥션이 모든 것을 운영하는 경매방식이 아니다 보니 외국인 경매사를 통해 컬렉터와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어 “홍콩 프리뷰전시를 통해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미술애호가에게 충분히 작품을 보여주고 관심 있는 컬렉터를 서면·전화응찰 등의 방식으로 서울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국보급 최초대장경 ‘초조대장경 유가사지론’ 출품

올해 첫 메이저경매에서 케이옥션은 179점을 내놓는다. 총 추정가는 85억원어치에 달한다. 근현대부문과 고미술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는 경매에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고미술이다.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급 작품을 대거 출품했다.

케이옥션이 오는 22일 올해 첫 메이저경매에 출품한 초조대장경 ‘유가사지론 권66’. 11세기 고려 현종(1011~1031) 때 제작한 국보급으로 추정가 9000만∼2억원에 나왔다(사진=케이옥션).


압도적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유가사지론 권66’. 한국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이다. 11세기 고려 현종(1011~1031) 때 제작한 국보급으로 추정가는 9000만∼2억원. 초조대장경은 중국 북송시기의 관판대장경에 이어 세계서 2번째로 조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사지론’은 유가(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의 경지를 논하는 책이란 뜻으로 고려의 목판인쇄술을 호국불교정신의 경지에 올린 작품으로 평가한다. ‘권’은 길이 4∼5m의 두루마리 하나를 뜻하는 단위. 이미 초조본 권15, 권17, 권32, 권53은 각각 국보로 지정돼 있다.

단원 김홍도의 전칭작 ‘금강사군첩’도 눈여겨볼 출품작이다. 44세의 김홍도는 1788년 조선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순방하고 그 절경을 화폭에 담는다. 이후 초본을 바탕으로 ‘채색횡권본’과 ‘해산첩’을 제작했는데 ‘채색횡권본’은 화재로 잃었고, ‘해산첩’은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 ‘금강사군첩’은 그중 하나인 ‘해산첩’을 바탕으로 제작해 그 원형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대호정’ ‘해금강 후면’ ‘시중대’ 등 3폭으로 구성됐으며 추정가는 1억 2000만∼3억원이다.

김홍도 전칭작 ‘금강사군첩’ 중 ‘시중대’(사진=케이옥션).


이외에도 추사 김정희의 ‘사공도시집’(5000만∼1억원)과 더불어 추사와 지란지교였다는 초의선사의 ‘준제대명신주’(2000만∼4000만원), 석봉 한호의 ‘한석봉첩’(9000만∼1억 5000만원) 등 옛 명필의 ‘신의 필체’를 내보이는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김환기 ‘동양적 서정추상’ 18억원에 출품

동양적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김환기의 ‘19-Ⅴ-69 57’(1969). 케이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경매에서 최고가인 10억∼18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이번 경매의 최고가 작품은 근현대부문에 나선 김환기의 ‘19-Ⅴ-69 #57’이다. 추정가는 10억∼18억원. 1969년 뉴욕시절에 그린 김환기의 이 작품은 점·선·면이 모두 한 화면에 들어찬, 동양적인 서정추상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평·수직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굳이 4개로 분할한 공간에 넓은 여백을 줘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꾀했다.

단색화 열기는 계속 이어진다. 내달 11일까지 영국 런던 화이트큐브에서 여는 개인전에서 완판기록을 이어간 박서보(86)의 1982년 작 ‘묘법 No-4-82’(5억 5000만∼10억원)를 비롯해 정성화·이우환 등 국내 대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도 줄줄이 나선다.

이인성과 천경자가 시도한 풍부한 색감의 풍경화도 관심을 끈다. 천재화가 이인성이 1940년대 초반 경쾌한 붓질로 그려낸 ‘해변’이 추정가 1억 3500만∼3억원에 나왔다. 천경자가 1981년과 1983년 2차례의 미국 스케치여행에서 얻은 사생을 바탕으로 삼은 1984년 작 ‘뉴욕 센트럴 파크’는 추정가 1억 4000만∼2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천경자 ‘뉴욕 센트럴 파크’(사진=케이옥션).
이인성 ‘해변’(사진=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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