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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권리 넘어선 '성추문 과열보도'

김윤지 기자I 2016.07.25 08:16:15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연예계가 계속되는 성추문으로 시끄럽다. 박유천, 유상무, 이민기, 이진욱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미스러운 관계로 구설에 올랐다. 대중의 충격과 관심을 대변하듯 각종 기사가 쏟아졌다. 박유천은 수사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진욱과 고소인은 폭로전 양상이다. 고소인이 사건 당일 구체적으로 어떤 의상을 입었는지, 이진욱과 고소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마치 영화를 보듯 구체적으로 묘사한 기사도 있었다.

과열된 취재 경쟁 끝에 엉뚱한 상황도 벌어졌다.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이나 실제 법리와 동떨어진 내용이 기정사실처럼 알려졌다. MBC ‘PD수첩’은 수사 중인 박유천 사건을 다루며 소속사 측이 대응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보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MBC ‘리얼스토리 눈’은 프랑스 체류 중인 홍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보도 자료를 배포했지만, 실제 방송에서 홍 감독은 입을 열지 않았다.

3년 전 류시원이 당시 아내인 A씨를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류스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당사자 증인심문 과정에서 부부생활까지 폭로됐다. 해당 사건이 정확히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직접 연관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억을 하지 못할 것이다. 혐의 일부가 인정된 류시원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폭로전 속 추락한 이미지는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본인에게 더 무거운 형벌이 됐을 게다. A씨도 위증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한다. 특히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연예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전부 밝혀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는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가 진행되는 지금까지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를 출전시키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대우를 하고 있다. 언론도 비교적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우리와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번 사건들의 해당 연예인들은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들이 무혐의로 판명된다면 그때는 너무 늦다. 언론 스스로 품위를 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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