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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018260)는 지난달 VR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가상창고관리시스템(VWS·Virtual Warehouse System)을 발표했다. 아직 출시 단계는 아니지만 기자의 요청에 분당캠퍼스 내 회의실에 이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 줘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올해 매출 3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물류 BPO(업무아웃소싱)는 삼성SDS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지난해 삼성SDS는 자사 물류관리 솔루션 ‘첼로’에 물류공급망관리(SCM) 계획 기능을 강화한 신개념 IT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VR을 추가로 접목한 것이다.
삼성SDS 첼로개발그룹에서 책임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이광훈씨는 “브라질 물류창고를 살펴 보라고 책임급 인력을 파견하면 출장비만 1000만원정도 든다”며 “VR 기술을 통해 비용을 아끼고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이 서비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기어VR’ 헤드셋을 착용하니 실제 창고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눈앞에 생생한 영상이 펼쳐진다. 전후좌우, 상하로 머리를 움직이니 여러 적재물과 천장, 바닥이 실물처럼 들어온다. 시야 정중앙에 잡힌 상자는 마우스의 커서처럼 도드라지게 표시되는데 이 때 어떤 물건이 적재돼 있는지 정보도 뜬다. 창고 내 이동은 실제 도보가 아닌 키보드로 조작하도록 했다.
삼성SDS의 IT 역량과 물류 분야에서 쌓아온 공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가능했다. 삼성SDS는 3차원 CAD(Computer Aided Design) 기술을 바탕으로 문자·숫자로 구성된 텍스트 데이터를 VR로 시각화했다. 화주가 빽빽한 글씨로 적혀 있는 물품 정보를 넘겨 주면 자동으로 실제와 같은 VR 공간을 창조해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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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속 박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다 보니 검은 실루엣의 한 남자가 나타난다. 원격으로 접속한 또다른 물류관리자다. 복수의 관리자들이 같이 창고를 둘러보면서 인터넷 전화통화를 통해 물품 적재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이다. 파리, 뉴욕, 서울 등에 있는 관리자들이 만나 브라질의 창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 창고관리자들이 서류를 ‘가짜’로 작성하면 VR 영상도 가짜가 되는 게 아닐까. 이씨는 “그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창고가 문을 닫는 야간 시간을 이용, 드론 여러대를 띄워 매일매일 현장 상황을 스캔할 것”이라며 “실제 장부상 적재 상황을 드론 영상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잘못 관리하는 지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VWS는 상반기 중 삼성전자(005930) 말레이시아 창고에 시범 적용한 후 연내 공식 출시된다. 단계적으로 삼성그룹 사내 물량을 대상으로 특송 사업을 진행한 후 기업고객 및 e커머스 업체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상준 삼성SDS 그룹장은 “VR의 ‘현장성’이 물류와 가장 잘 맞는다. 어쩌면 콘텐츠보다 물류 쪽에서 VR의 가능성이 먼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류 관리에 고심하는 여러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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