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삼다수'·'백산수' 無라벨 생수…왜 편의점에는 없나요

김무연 기자I 2021.06.16 05:30:00

롯데칠성 '아이시스 에코', CU '헤이루 무라벨'만 낱개 판매
무라벨 페트에는 겉면에 수원 등 '의무표기' 사항 기재 어려워
뚜껑 띠지에 기입하는 우회로 있지만 생산업체 한정적
마케팅 이유로 낱개 상품에는 일부러 라벨 유지하기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생수업계에서는 ‘무(無)라벨 전쟁’이 한창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추세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농심 ‘백산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등은 이미 500㎖, 2ℓ 제품을 무라벨로 생산하고 있다.

생수업계 1위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삼다수’ 또한 이번 주부터 무라벨 생수인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 판매에 들어간다. 삼다수는 쿠팡 판매를 시작으로 삼다수 가정배송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혀갈 예정이다. 다만, 아직 편의점 입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 그린에디션, 농심의 백산수 무라벨,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에코(사진=각 사)
떠들썩한 마케팅과는 달리 소비자와 접점이 높은 편의점 매대에선 무라벨 생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마트에서도 번들로 묶음 판매는 되고 있지만 매대에서 개별적으로 무라벨 생수를 구입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생수의 ‘의무표기’와 업체의 마케팅 전략 등 복합적인 요소가 무라벨 생수의 유통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편의점 매대에서 판매 중인 500㎖ 및 2ℓ 생수는 아이시스와 편의점 CU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헤이루’뿐이다. 생수업계 1위인 제주삼다수를 비롯해 백산수, 하이트진로의 ‘석수’ 등은 자사 앱, 인터넷 쇼핑몰, 대형마트에서 묶음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무라벨 생수를 편의점에서 찾기 어려운 까닭은 생수를 판매하기 위해선 용량, 수원지, 무기질 함량 등을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페트병을 두르는 라벨에 해당 사항을 적어왔지만, 라벨을 없애면서 페트병에 세부 사항을 일일이 새겨넣기 어렵게 됐다. 그나마 묶음 판매되는 생수의 경우 포장 비닐에 해당 사항을 기입할 수 있다. 무라벨 생수가 주로 묶음 판매로만 유통되는 이유다.

백산수 무라벨 묶음판매용 상품. 묶음 포장 겉표면에 의무표기 사항 및 농심 사명와 로고가 담겨있다.(사진=농심)
의무표기 사항을 병뚜껑을 밀봉하는 라벨지에 인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병뚜껑 밀봉 라벨지를 만드는 회사가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해 그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매대에서 낱개 단위로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는 아이시스와 CU의 병뚜껑 밀봉 라벨지는 롯데칠성음료가 전담해서 생산하고 있다. 이마저도 라벨지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 문제로 편의점에서 무라벨 생수 판매를 꺼린단 이야기도 나온다. 묶음 판매 상품의 경우 포장지 표면에 브랜드 이름을 크게 넣는 등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반면 소량 판매되는 편의점에선 라벨이 없는 상품으로 경쟁해야해 차별화가 쉽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품을 보유한 회사일수록 불리한 구조다.

따라서 기존 주요 생수사업자들은 이커머스, 대형마트에서 무라벨 생수 비중을 늘려가고 편의점에서는 기존 라벨 상품을 유통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 페트 디자인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브랜딩 관점에서 차별화를 두기 어렵다”라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환경을 고려하기 위해 무라벨을 늘려야 하는 건 맞지만, 브랜딩이 어렵다는 문제는 제조업체로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