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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사라졌다고 없다 할 수 없는…나형민 '렌티스케이프-쥐불'

오현주 기자I 2020.03.20 00:20:00

2020년 작
겹겹 보이는 화면 '렌티큘러' 기법
공간·입체감 심은 새로운 동양화로
순환적 시공간 '재생' 의미로 구현

나형민 ‘렌티스케이프-쥐불’(사진=갤러리그림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가장 멀리 보이는 보름달, 그 앞에 산세가 걸쳐 있다. 다음은 나무다. 잎이 넓적한, 뾰족한 나무가 그림자까지 만들며 달을 가린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저 불길은 어디서 왔나. 눈앞인 듯 훨훨 타오르곤 있지만 좀처럼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다.

평면에 도드라진 공간감·입체감을 심은 작품은 작가 나형민(경희대 한국화전공 교수)의 ‘렌티스케이프(Lentiscape)-쥐불’(2020)이다. 겹겹이 보이는 화면이 핵심인, 바로 ‘렌티큘러’(Lenticular) 작업으로 빼낸 풍경. 작가는 렌티큘러로 새로운 동양화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작품명 ‘렌티스케이프’는 렌티큘러와 풍경이란 뜻의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합친 말. 작가가 직접 합성한 조어란다.

작품은 사라지고 다시 살아나는 순환적 시공간 역사를 ‘재생’의 의미로 구현한 것. “쥐불·들불도 태움이란 소멸을 통해 다시금 소생한다”며. 그 방식에 렌티큘러란 다차원·다시점적 시각법이 적합했다는 뜻이다. 전통산수화의 ‘고정시점’을 이렇게 파격적으로 극복했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초대전 ‘재생’(Rebirth)에서 볼 수 있다. 렌티큘러. 66×100㎝.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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