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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감사대란 해법 '연중감사제' 도입 서두르자

이광수 기자I 2019.04.02 05:30:00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1월부터 슬슬 야근횟수가 늘어난다. 2월이 되면 평일 야근은 기본이요, 주말까지 없다. 3월 초가 되면 다음날 뜨는 아침 해를 보면서 퇴근하는 초유의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결산시즌 감사업무가 2~3월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서다. 그리고 이는 감사인인 회계사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장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괴롭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이런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감사인과 기업 모두가 불만이다. “평소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좋았을 텐데,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불과 며칠 앞두고 요청하면 어떡합니까” 상장사 관계자의 항변이다. 한마디로 기말에 몰아서 자료 요청을 하지 말고 미리미리 감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감사인인 회계법인에서도 같은 요구를 한다. “평소에 자료를 달라고 할 때 줬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기말에는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4대 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 소속 한 회계사의 말이다. 서로의 입장은 다르지만 같은 해법을 내놨다. 연중감사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니 지금까지 연중감사가 정착되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지만 현실은 다르다. 제대로 된 회계조직이 없는 상장사의 경우 수시로 등장하는 감사인이 달갑지 않다. 상장사 중에서는 회계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도 해야 하는 곳들이 적지 않아서다. 감사인의 입장에서도 회계사가 부족해 대형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회계사를 투입하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연중감사제 도입은 시간문제다. 표준감사시간제도 덕분이다. 현재 투입되는 감사시간보다 평균 1.5배가량 늘어나 기말감사 이외에도 감사를 하지 않으면 늘어난 감사시간을 채울 수 없어서다. 감사인력은 제한돼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연중감사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 과정에서 기업과 회계업계간 이견은 컸다. 하지만 늘어난 감사시간만큼 기업과 감사인이 연중감사를 실시해 ‘감사대란’이라고 불리는 무더기 감사의견 비적정사태가 완화되면 기업은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거둘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감사인의 의견에 따라 소중한 투자자산을 잃을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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