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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軍 '투트랙' 수사…MB로 뻗어가는 檢 칼날

이승현 기자I 2017.10.10 05:30:00

검찰, 추석 이후 수사 행보는?
국정원 공작활동 및 군 댓글부대 운용 의혹 수사
원세훈 이어 김관진도 수사선상…윗선 개입여부 집중 추궁
MB 소환 위해 관련 증거확보 필수 지적
KAI 채용비리 수사로 박근혜 정권 로비의혹 규명할 지 주목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로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국가정보원의 댓글부대 운용 등 적폐청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국정원과 국방부의 불법 정치개입 등 공작활동의 여러 정황이 이명박(75) 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전 정권 보복이라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어 검찰로서도 전직 대통령 수사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외에도 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의 공소유지와 함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정·관계 로비 의혹과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국정원 공작활동 수사대상 늘어날 듯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수사팀은 현재 불거진 국정원의 각종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대상은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을 비롯해 △MB 블랙리스트(이명박 정부 비판적 문화·연예계 인사 퇴출명단) 및 공영방송 장악 △박원순 서울시장 비난·폄훼활동 △MB 정부 비판적 정치인·학자 비난공격 등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달 26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별관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7일 2010년 12월부터 2012년 말까지 국정원 여론조작팀이 불법 선거운동 등을 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52억여원의 국정원 예산을 불법 지급한 혐의 등으로 민병주(58)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기소했다. 공범으로 적시한 원세훈(65) 전 원장에 대해선 국정원의 다른 의혹들도 조사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수사 사안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국정원의 과거 정치개입 사건 13개를 선정해 자체조사한 뒤 그 중 일부를 수사의뢰한 것들이다. 13개 사건 중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 △국정원 ‘좌익효수’ 필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뒷조사 의혹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 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등의 조사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이 앞으로 수사할 국정원 적폐청산은 말그대로 쌓여 있다.

◇MB 소환 위해 증거확보 필요

검찰의 칼끝은 국정원에 이어 군도 겨누고 있다.

전담수사팀은 최근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국군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활동을 보고한 정황이 있는 문건을 확보하고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이 확보한 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과 이태하 전 503심리전단장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단장은 MB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댓글공작을 하고 기무사 관계자가 청와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 수사는 MB 정부 당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군의 댓글부대 운용 의혹 수사에서도 김 전 장관 소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원 전 원장이나 김 전 장관이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진술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검찰은 관련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박원순(61) 서울시장도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대통령 측도 반격을 예고했다.

MB 정부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김두우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 시절(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벌어졌던 적폐 가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KAI, 朴정권 로비의혹 수사도 주목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보수단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관제 시위를 사주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의 최종 목적지는 당시 화이트리스트 실행자로 꼽히는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정무수석이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이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조 전 수석은 출국금지했다.

두 달 넘게 진행된 KAI 경영비리 수사가 결국 박근혜 정권 인사로 확대될 지도 관심사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지난달 23일 하성용(66) 전 사장을 구속한 뒤 채용청탁을 한 보도전문채널 간부와 전 공군참모총장 최모씨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 방송사 간부는 현재 무소속인 유명 친박계 의원의 친동생이다.

검찰은 최근 강원랜드·한국서부발전·대한석탄공사·한국디자인진흥원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수사에 나섰다. KAI 수사팀도 채용비리 수사를 매개로 하 전 사장의 연임 시도 등 박근혜 정권 로비 의혹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KAI 채용비리 수사대상은 범위를 두지 않고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 사무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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