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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풍선효과만 낳은 어설픈 부동산 대책

원다연 기자I 2017.07.28 06:00:00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싸우고 인근 가게에 음료수는 다 동나고 꼭 무슨 재난 현장 같다.”

지난 주말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 단지에 청약을 하러 간 김모(29·여) 씨의 얘기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던 그는 입지 좋은 오피스텔은 청약에 당첨만 되면 분양권을 팔아 넘겨 1000만~2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주위 얘기에 이날 청약에 나섰다가 현장에 몰린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장 청약 접수를 위해 오후 1시부터 줄을 선 김씨는 꼬박 12시간 이상이 지난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청약을 할 수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6·19 부동산 대책 규제를 비켜난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이 강화되자 규제를 받지 않는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리며 분양 단지마다 최소 수십 대 1에서 최고 수백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분양권과 마찬가지로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지만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 재건축 단지 조합원 입주권 거래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량은 799건으로 월별 거래량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잠시 주춤하던 집값은 대책 발표 한 달도 되지 않아 오르기 시작하더니 오히려 서울 외곽지역까지 상승 지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됐던 노원·구로·금천구까지 투자 수요가 몰려들며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추가 투자에 나서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규제 시그널을 주겠다는 성긴 대책이 수요자들의 조바심을 부추기며 곳곳에 풍선효과를 유발하며 시장만 더욱 부풀려 놓은 셈이다. 정부는 다음 달 또 한 번의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연이은 규제에도 부동산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원인을 파악해 규제와 공급 정책을 배합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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