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고]담뱃세, 해로운 담배에 더 부과하는 '비례 원칙' 적용해야

이민주 기자I 2017.07.04 06:00:00
이상현 언론인


[이상현 언론인]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담뱃값을 80%나 인상했다. 이로써 담배 한갑당 각종 부담금 포함 총세금 비중도 종전 62% 수준에서 74%로 크게 올랐다. 담배소비세를 100%로 보면 궐련담배(얇은 종이로 돌돌 말아놓은 담배) 기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83%, 개별소비세가 58%다. 따라서 4500원짜리 담배의 담배소비세는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841원, 개별소비세는 594원이다.

2015년 담뱃세에 처음 개별소비세가 도입된 점에 주목한다. 학자들은 우리 정부가 개별소비세의 부과 목적을 과거 ‘사치품 소비 억제’에서 탈피,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는 소비 억제적 세금으로 본격 전환한 점을 눈여겨 보고있다. 담배소비가 간접흡연 피해나 건강보험기금 낭비 등의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니까 이른바 ‘죄악세’를 부과해 담배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담뱃잎을 태워서 흡입하는 일반 궐련담배는 ‘니코틴’ 섭취를 위해 불가피하게 타르나 각종 화학물질, 발암물질을 함께 인체내로 받아들이게 된다.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

반면 연초를 태우지 않는 전자담배는 유해물질이 훨씬 적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는 액상니코틴을 가열해 증기를 흡인하는 1세대 전자담배보다 진일보한 제품이다. 담뱃잎을 태우는 대신 열을 가해 쪄서 증기를 흡입한다.

전통적 흡연 수준의 만족도를 재현하면서도 니코틴 이외의 담배 유해물질들을 최고 90%까지 줄였다고 한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느라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용이 소요됐다.

신종 담배가 나오면 으레 세금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분분하다. 최근 불거진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궐련 담배와 같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담배소비세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열을 가하기 위한 전자장치가 필수적이고, 연초 고형물이 독자적 담배로 효용가치가 없다”며 ‘궐련형 전자담배’를 일반 궐련담배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계속 발의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법률안은 개의치 않는 듯 하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담배보다 현저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전자담배를 이용한 흡연을 장려하는 것’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법률안 개정 취지에서 밝힌 것으로 확인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모양처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궐련담배’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이 개정법률안의 핵심이다.

이번 입법사례를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가 있다. 담뱃세 부과가 담배 소비를 줄이는 ‘죄악세’ 차원이 되고 있기에, 이 법률개정안은 입법에 성공하더라도 위헌적 법률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이 법안은 특정 회사 신제품를 겨냥하고 있다. 법 개정안 제안 이유에 “올해 6월초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명시해 특정 신제품만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령이 어떤 차별을 불가피하게 규정할 때 그 차별이 ‘합리적인 차별’이라야 합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합리적 차별이기만 하다면, ‘일반 궐련담배’와 ‘일반 전자담배(니코틴 용액)’, 그리고 새로 나온 ‘궐련형 전자담배’에 각각 다른 세금을 부과하는 차별을 법률에 담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불을 붙여 피우는 전통적인 궐련 담배보다 액상 니코틴 성분을 기화시켜 흡입, 타르 등 발암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인 ‘일반 전자담배’에 더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차별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개정법률안의 ‘합리적 차별’의 논리는 기이하다. 새 제품(궐련형 전자담배)이 징벌적 성격의 세금(죄악세)을 부과받아야 할 운명이긴 하지만, 종전 제품보다 소비자 건강에 덜 해로운 제품이라면 세금도 그 ‘덜 해로운 만큼’ 적게 걷는 게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뿐만 아니라 이 개정법률안은 위헌 요소가 즐비하다.

먼저 다른 것을 같이 취급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의 성질과 모양, 제조과정 측면에서 일반 궐련담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불로 태워 연기를 마시는 담배와 담뱃잎을 쪄서 그 증기를 흡입하는 담배의 차이는 사뭇 크다.

징벌적 과세를 위해 담배를 분류한다면, 이 차이는 가장 크고 근본적이다. 그런데 이 개정법률안은 이런 근본적 차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같은 재료(담뱃잎)를 쓰니까 똑같은 벌을 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원재료가 같으니, 건포도에도 와인의 주세율을 적용해야 할까.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궐련 담배와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 말이 되냐는 반론이 나오자 “더 낮은 세율로 과세하면 아무튼 더 권장하는 셈 아닌가”라고 했다고 한다.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는 측면도 살펴본다. 과세요건을 반드시 법률로 규정하라는 것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의 중요한 한 축이다. 게다가 법률로 규정하더라도 규정이 추상적이거나 불명확하지 말아야 함도 분명히 강조되고 있다. 과세관청의 자의적 해석과 집행을 야기하는 세법은 위헌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세요건을 명확히 하라(과세요건 명확주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중요한 다른 한 축이다.

문제의 개정법률안은 특정 제품에 높은 세금을 물리려고 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런데 입법안 문구에 사용한 ‘궐련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위헌적 법률일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이유다.

요약해 본다. 문제의 개정법률안은 쟁점 신제품이 다른 형태의 고체형 전자담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데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또 불을 붙여 피우는 궐련 담배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데 자의적으로 똑같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논지다. 모두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추상적 조어 과정을 거쳐 무리하게 불합리한 과세차별을 시도했기에 정작 ‘궐련형’이 뭔지 정의되지 않았다. 이런 부실한 입법은 필경 과세기준을 행정부 또는 과세관청의 자의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회의원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는 입법을 자초하는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