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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vs박지원‥'의대 유치' 여야 거물간 대격돌

김정남 기자I 2014.08.11 06:00:01

李 "인근 산업시설 많아" vs 朴 "인근 도서벽지 많아"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남 순천·곡성)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목포).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정남 조진영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남 순천·곡성)은 지역구 활동의 ‘롤모델’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목포)을 꼽는다. 박 의원은 금요일 밤 목포로 내려가 월요일 새벽 서울로 올라오는 이른바 ‘금귀월래(金歸月來)’ 일정을 18대 국회에 재입성한 후 7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 자신도 박 의원의 이런 부지런함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박 의원의 수첩에는 토·일요일 일정이 ‘木浦(목포)’로 빼곡히 기록돼있다.

두 의원은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이 의원은 7·30 재보선 당선 후 서울에서 첫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7일 박 의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두 의원은 금귀월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호남의 발전을 위해 더 힘을 써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두 의원은 추후 호남 지역구 현안을 둘러싸고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당장 이 의원이 ‘순천의대 유치’를 공약의 첫 손에 꼽으면서, 20년 넘게 목포의대 설립을 추진한 박 의원과 격돌하게 됐다. 두 의원의 당내 위상을 감안하면, 의대유치 공약은 당 차원의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순천 李·목포 朴 “의대, 우리 지역으로”

박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전남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곳”이라면서 “목포는 인근에 신안·진도·완도 등 도서벽지 주민들이 많은데, 이들이 (2개의 대학병원이 있는) 광주까지 가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목포대로 의대가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포대는 지난 1990년 정부에 의대설립을 건의한 뒤 24년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 의원의 순천의대 유치 공약에 대해서는 “전남의대 부속병원이 전남 화순으로 갔다”면서 “ 순천은 화순까지 육로로 가까워, 유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포의대 유치는 이미 상당히 진척됐다”고도 말했다.

이 의원의 입장은 다르다. 순천이 목포보다 의대 유치에서 한발 늦긴 했지만, 인근에 여수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 등 산업시설이 많아 의대 필요성이 더 크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경남 남해·하동까지 감안하면 인근에 100만명 이상의 수요가 있다”면서 “전남 동부권에는 산업시설들이 박지원 의원이 있는 서부권(목포 등)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많고, 광주와도 거리가 멀다. (박 의원에게서) 충분히 설득하고 양보를 받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이 의대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기존 약학대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등 지역구의 의료환경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위상과 상권도 좋아질 수 있다. 또 지역구 국립대에 의대가 신설되면 해당 의원의 평판도 향상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느 지역이건 의대 유치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서 “지역구 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함께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수는 의대 신설이 지난 1996년 이후 중단됐다는 점이다. 의대 유치를 추진 중인 한 지방대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의료인력 충원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의료 필요인력 현황이 이번달 중으로 나올 예정이긴 하지만, 증원 결정이 날지는 미지수다.

◇여야 거물급 李·朴‥의대 이슈 커질 가능성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의원간 의대 유치 경쟁이 중앙무대로까지 옮겨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두 의원의 당내에서 거물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향후 당·청 관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 의원은 당내 구민주계 좌장으로 차기 당권주자로 꼽힌다. 특히 새누리당으로선 전남에서 26년 만에 당선자를 낸 만큼 차기 총선을 위해 당력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을 예산결산특위에 배치한 것도 순천의대 유치와 무관치않다는 분석이다.

두 의원은 연말 호남 예산 유치를 놓고도 경쟁해야 할 처지다. 이 의원은 재보선 당시부터 ‘예산폭탄’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이미 예결위에 배치됐다. 이에 박 의원은 “그간 예결위를 하지 않았어도 호남 예산을 많이 확보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두 의원간 신경전은 호남지역의 주도권 싸움과도 연결돼있다. 이 의원은 그간 야권의 ‘호남 독식’에 대해 “(의원들이) 자칫 지역민을 모시고 현안을 해결하는데 게을리했다”면서 “호남정치의 미래를 약화시켰다”고 질타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 의원이 왜 청와대에 있을 땐 호남을 챙기지 않았느냐. 고용노동부 장관(방하남 전 장관)을 빼면 장·차관에 호남 인사가 없었다”면서 “의원이 된 이후 하겠다는데 일단 지켜볼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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