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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경유차 퇴출 만이 능사 아니다

신민준 기자I 2022.12.20 06:00:00

경유차 판매량 매년 감소…전체 비중 지난해 25% 그쳐
서울시·경기도, 내년 4월 택배운송차 등 신규 등록 금지
1톤 경유트럭 단종설도…자영업자·물류업계 타격 불가피
타이어 분진 등 감소 병행해야…종합·체계적 정책 필요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경유(디젤) 자동차가 지목되면서 퇴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높은 연료 효율과 토크 등 가성비와 힘을 앞세운 경유차는 한때 휘발유차보다 등록 대수가 많았다. 하지만 배출가스 문제 등으로 애물단지가 돼버리면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경유 트럭들이 도로위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시장에서 경유 신차는 28만8888대가 등록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6% 감소했다. 전체 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8%에 그쳤다. 경유차 판매량 감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규제 정책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내년 4월부터 택배운송차량 등에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한다. 2025년부터는 5등급 경유차의 운행 제한을 서울 전역·연중으로 확대한다. 경기도는 내년 4월부터 경유를 사용하는 어린이 통학차량 신규 등록을 금지한다.

문제는 이런 급격한 경유차 퇴출 정책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자뿐 아니라 택배 등 물류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터와 봉고 등 생계형 구매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1톤(t) 트럭의 경우 경유 모델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 66%를 차지한다. 경유차가 퇴출 절차를 밟으면서 1톤 트럭의 양대 산맥인 포터와 봉고가 단종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포터와 봉고는 210만대(2020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전체 화물차의 69%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다.

정부는 경유 트럭을 LPG나 전기트럭으로의 변경을 유도하지만 LPG나 전기트럭의 효율성이 경유 트럭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LPG차의 경우 충전소가 주유소보다 많지 않은데다 엔진 힘이 경유차와 비교해 뒤떨어진다. 트럭은 짐을 가득 싣고 빠르게 움직여야 해 토크가 중요하다.

봉고 디젤 트럭을 예로 들면 경유트럭의 토크는 30kg·m인데 LPG트럭의 토크는 23kg·m에 그친다. 전기 트럭의 경우에도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팩 용량이 커져야 하는데 배터리팩 용량이 커지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무게가 무거워지면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또 자영업자와 물류업계 종사자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으로만 새 차를 구매하기는 부담스럽다. 조기폐차 지원사업에 포함되면 경유차 잔존가를 100% 지원받을 수 있지만 새 차 가격을 고려하면 적잖은 금액이 들어간다. 고금리·고유가 상황에서 자영업자 등이 새 차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경유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후 경유차를 경유 하이브리드차로 개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이미 성공했다. 자동차 1대를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도 약 500만원 수준으로 새 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경유 하이브리드차가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관련 법이 미흡해서다.

현행 유관 법령(대기환경보존법·대기관리권역법)에서 경유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친환경자동차 또는 저공해장치로 분류하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법 개정 없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경유 하이브리드차의 상용화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아울러 경유차보다 타이어 분진과 브레이크 패드 마모 과정에서 환경오염 주범 중 하나인 미세먼지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경유차의 강제 퇴출보다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친환경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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